타결 앞둔 韓美 원자력협정에 부쳐
토비 돌턴 미국 카네기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
서울과 워싱턴에는 이번 협정을 한국이 원자력 위상에 걸맞은 ‘권리’들을 따내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투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미 간에 그런 식으로 싸움을 붙이는 해석은 원자력협정의 협력 정신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새 협정은 현대적인 원자력 파트너십을 반영해 한미가 원자력 기술, 장비를 교환하는 토대가 되면서 다양한 핵심 이슈에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는 원자력 안전(원전 가동중단 등 사고 대처), 과학 연구, 사용 후 핵연료 관리와 핵 안보(원전시설 공격 등 대비)가 포함된다.
이런 협력정신은 양국이 새 협정에서 시행할 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한미는 곧 원자력협력을 관할하는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회는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수석대표를 맡게 된다. 위원회는 4개의 실무그룹으로 구성되며 각 실무그룹은 원자력협정의 3가지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가지 목표란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사용 후 핵연료 관리 △한국의 원전 수출 증진을 말한다. 나머지 하나의 실무그룹은 핵 안보를 담당한다.
과거 한국 외교부는 원자력 협상을 하려면 항상 타 부처에서 전문가를 빌려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교부가 국내외 기술자와 전문적인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특화된 전문가군을 보유할 때가 됐다. 미국 국무부의 국제안보비확산국(局) 모델을 보라. 국제안보비확산국은 대부분 원자력 정책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키워온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외교부에 신설될 부서도 이런 전문가들을 배치하되 통상적인 순환근무에서 제외시키고 지속적으로 교육해 고도의 전문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솔직히 이런 문제는 외교부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다른 부처도 기술적, 법적인 전문가가 부족하며 원자력 통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순환근무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원자력 규제와 강력한 안전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담당자가 경험을 축적하면서 규제당국과 산업계, 운영자 간에 신뢰를 쌓아야 한다. 최근 잇따른 원전 사고 이후 한국은 규제강화와 안전 문화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대로 훈련되고 해당 분야에서 경험이 쌓인 고도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건 필수조건이다.
토비 돌턴 미국 카네기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