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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동아마라톤의 성차별

입력 | 2015-04-22 03:00:00


장환수

얼마 전 소중한 의견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마추어 고수 12명이 서명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 여성 기준기록 변경 제안서. 이들의 주장은 이랬다. 지난달 15일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한 동호인은 남자 441명, 여자 8명. 남자 441위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만 여자는 9위를 해도 안 된다. 남녀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 탓.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스포츠에서도 성차별의 뿌리는 깊다. 고대올림픽에 이어 1896년 제1회 아테네 근대올림픽에서 여성의 참가는 금지됐다. 2회 대회인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테니스와 골프에 문호가 개방된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와서야 여자 복싱 선수가 참가함으로써 양성평등이 완벽하게 이뤄졌다.

스포츠는 태동기부터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해왔다. 최근에 스포츠로 편입된 바둑과 e스포츠 그리고 이벤트성이 강한 혼성경기를 제외하면 남녀가 겨루는 종목은 없다.

육상 트랙 종목의 경우 여자의 기량은 남자의 90% 수준이다. 세계기록을 비교하면 장거리로 갈수록 편차가 커져 하프마라톤에서 88.7%로 최저점을 찍는다. 풀코스에선 90.8%(남자 2시간2분57초, 여자 2시간15분25초)로 다시 올라간다. 수영도 남녀 편차는 90% 수준. 근력이 더 요구되는 육상 필드종목은 85%이며 역도는 70%까지 떨어진다.

반면 남녀간에 차이가 없거나 역전된 종목도 있다. 원반은 여자가 멀리 던지고, 포환은 비슷하다. 이는 원반과 포환의 재질 차이 때문. 완벽하게 같은 조건에서 여자가 이기는 종목은 양궁과 사격이다. 양궁은 70m 세계기록에서, 사격은 대부분 종목에서 여자가 앞선다. 그러나 같은 멘털 스포츠인 바둑 장기 체스 e스포츠에선 아직은 남자가 압도적이다.

다시 마라톤으로 가보자. 마라톤은 양성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종목이다. 남녀가 함께 출발하고, 같은 코스와 거리를 달린다. 국내 유일한 골드라벨 마라톤인 서울국제마라톤의 남녀 순위 상금은 같다. 남녀평등이 골드라벨의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아마라톤 조직위가 아마추어 마라톤 활성화를 위해 2005년 경주오픈마라톤 때 세계 최초로 만든 명예의 전당은 공식 시상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도 똑같은 인원이 인증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예를 들어 3시간20분으로 기준기록을 낮추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서브 3.20은 깔끔하지 못하다. 이 논리면 60대 이상 노인층과 이제 마라톤을 시작한 20대에겐 세대차별을 없애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아마라톤 조직위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을 모을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풀코스의 여성 참가 비율은 10% 안팎, 20대는 6% 수준에 불과하다. 좋은 해답이 나올 수 있도록 소중한 의견을 계속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