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이달 16일은 ‘세월호 1주년’이었다.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 팽목항은 물론 서울 광화문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광화문광장은 자정이 지난 시간까지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는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헌화하려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광화문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현했다. 어떤 회사원은 카카오톡 프로필에 노란 리본을 다시 내걸었고, 어떤 학생은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등교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주말인 18일까지 이어진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가 불쏘시개가 됐다. 추모와 애도의 공간이 되어야 할 ‘광장’이 경찰과 일부 시위대의 대치로 ‘전쟁터’가 되자 한 시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왔는데 그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콜롬비아 국민에게 6·25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고 했지만, 그런 그가 정작 어떤 가슴을 가졌는지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그만 슬퍼하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맞다. 슬픔을 강요해서도, 마냥 슬픔에 잠겨 있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애도의 장소가 혼돈의 장(場)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일은 정당하다. 우리는 단지 2014년 4월 16일 제주행 세월호에 타지 않았을 뿐이다.
세월호 1주년을 맞는 하루만큼은 그들을 온전하게 기억하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