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세월호의 경우 인양 비용은 전액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국가가 지금까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 등에 쓴 비용이 1800억 원인 반면 현재 법무부가 동결한 세월호 선주 유병언 씨 일가의 재산은 겨우 1282억 원이다. 1282억 원을 전액 환수한다 해도 이미 쓴 비용 1800억 원도 회수하지 못한다.
선주의 돈, 국민의 돈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유해를 수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있는가. 콩코르디아호는 섬에 인접한 낮고 잔잔한 바다에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반쯤 잠겨 있다가 1년 8개월 만에 인양됐는데도 최종 남은 실종자 2명 중 1명의 일부 유해만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세월호는 붕괴가 진행 중인 채로 조류가 거센 바다 한가운데 잠겨 있다. 인양 작업이 계획대로 된다 해도 침몰로부터 2년 반쯤 지난 시점에 인양이 이뤄진다. 인양 자체의 기술적 불확실성도 크지만 인양 시점에 어떤 유해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건 온정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온정이 필요할 때와 냉정을 찾아야 할 때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탈무드에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세상을 구한 것’이란 말이 있다.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한 생명이라도 온 세상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지금 냉정한 말을 하고 있는 나를 포함해 모두 세월호 침몰 직후에는 배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려낼 수 있다면 1500억 원이 아니라 15조 원을 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맹골수도의 위험한 인양 환경을 고려하면 인양을 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희생을 막는 길이다.
중립성 잃은 인양결정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 인양 결정에 앞서 인양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전문가 집단의 중립적 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례적이었다. 박인용 국가안전처 장관은 세금 1500억 원 쓰는 일을 마치 커피 값 1500원 결제하는 일처럼 물은 시중의 여론조사 결과로, 당초 약속한 공론 수렴 과정을 대체했다. ‘1500억 원+α’는 세월호 인양 비용이라기보다는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그 결정을 국민 설득을 통해 밀고 나갈 능력도 없는 무능한 정부의 생존비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