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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싹쓸이 3타점 “내가 강정호다”

입력 | 2015-04-23 05:45: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컵스 투수 모테, 2사 1·3루서 굴욕적 타자 선택
154km 직구 통타 ML 첫 2루타…홈팬 기립박수

● 쏟아진 찬사…담담한 강정호

MLB닷컴 “놀라운 안타로 굴욕 되갚았다”
허들 감독 “즐거운 순간…자신감 가져라”
강정호 “나를 알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컵스전서 ML 첫 멀티히트…팀은 역전패

KBO리그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28·피츠버그)가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렸다. 특히 상대팀이 자신의 앞 타자를 고의4구로 내보낸 굴욕적 상황을 3타점 적시타로 갚아줘 의미가 컸다.

강정호는 22일(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6번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5-5로 맞선 7회말 통쾌한 2루타를 터뜨렸다. 2사 1·3루서 컵스 배터리가 피츠버그 5번타자 스털링 마르테를 고의4구로 출루시키며 강정호와 승부를 택했다. 강정호로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컵스 4번째 투수 제이슨 모테는 초구로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더니 2구째도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한가운데로 집어넣었다. 강정호는 이를 정확하게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를 날리며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 들였다.

MLB닷컴은 “1루가 비어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컵스는 고의4구 작전을 선택했다. 상대 타자에게 큰 굴욕감을 안겨줄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컵스 조 매든 감독은 앞선 16타수에서 배트에 제대로 맞는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지 못한 강정호와 승부를 선택했다”고 설명하며 “강정호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안타로 굴욕을 되갚았다”고 평가했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안타는 매우 즐거운 순간이었다. 이번 2루타를 통해 강정호가 더 큰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치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경기 후 현지 매체에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았지만 팀이 패해 마음이 편치 않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안타이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컵스의 고의4구 작전에 대해선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대범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멀티히트도 기록했다. 2-3으로 뒤진 4회말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컵스 선발 트래비스 우드의 시속 141km짜리 직구를 때려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13일 밀워키전에서 메이저리그 1호 안타를 친 이후 9일 만이자 5경기, 9타석 만에 뽑은 안타였다. 그러나 강정호는 1루주자로 나간 뒤 투수 견제구에 아웃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6회말 1사 1·2루선 2루수 앞 땅볼로 아웃됐지만 주자를 모두 진루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공에 가슴을 맞고 통증을 호소하면서 이틀 연속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강정호는 이날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빅리그 데뷔 후 첫 장타와 타점, 멀티히트를 동시에 작성하면서 시즌 타율도 0.077에서 0.176(17타수 3안타)으로 끌어올렸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투수진이 8·9회 추가 실점하는 바람에 8-9로 재역전패당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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