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사죄’ 거부하는 아베]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 연설
○ 성의 있는 사과 기대에 찬물 끼얹은 격
한국의 기대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전후 50주년 담화’에서 밝혔던 이런 표현들이 아베 총리의 연설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 표현들은 역대 일본 총리들의 과거사 관련 담화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전후 60주년 담화’와 반둥회의 연설, 2010년 8월 일본의 강제병합 100년을 계기로 밝힌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에도 모두 들어가 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담화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인 2012년 8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되면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담화들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 15일 발표될 ‘전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핵심 표현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정부 대표로 반둥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죄 표현이 없어 깊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찾기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친정부 성향을 보여 온 요미우리신문조차 22일 사설에서 “일본의 침략은 잘못됐다고 인정한 데서 출발하는 역사 인식을 빼고 (전후) 70년을 총괄(정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역사문제는 양국관계에서 중요한 정치적 기초의 원칙 문제”라고 못 박고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을 진지하게 대하고 역사를 바로 본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중 관계 개선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며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 내의 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을 여러 장소에서 인정했다. 이런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 인프라 투자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중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가입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