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타결]협상만큼 어려운 향후 절차 美 정부 -의회 통과 최소 7개월 걸려
지난한 협상으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가서명을 했지만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양국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서명 이후 법제처 검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 국회 비준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한국이 지금까지 총 29건의 원자력협정을 외국과 체결했지만 1건도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와 관련되거나 정부 재정에 영향을 주는 외국과의 협정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협정이 이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은 법제처에서 내린다. 하지만 야당은 정치적 의미가 큰 한미 협정을 체결하면서 행정부가 국회 비준을 건너뛴다고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절차는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서명 이후 △국무부 및 에너지부 장관의 검토서한 △핵확산 평가보고서(NPAS)를 제출해야 한다. 비확산 입장에서 이번 한미 협정을 평가하는 NPAS 작성에만 1개월 넘게 걸린다. 이후 미 대통령이 협정을 재가하면 의회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
미 의회 비준이 이보다 지연되면 ‘무협정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5년 만료된 유라톰(유럽원자력공동체)과의 협정을 개정하면서 무협정 상태로 수개월을 보냈다. 이 기간 미국은 ‘무협정 상태’를 이유로 유라톰에 미국산 원자력 기자재 수출을 중지했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유라톰과는 달리 한가하지 않다. 당장 2017년부터 매년 1기씩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미 원자력협정이 없는 상태라면 미국이 제공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다. 그러면 위약금과 공사 지연에 따른 배상금도 한국이 물어야 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