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학 MBA 업그레이드 현장
국내 MBA들은 차별화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글로벌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고려대 MBA 재학생들이 실무형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
10여 년 전만 해도 MBA라고 하면 흔히 미국 유학을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국내 MBA의 인기가 더 높다. 국내 MBA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국내 유수 기업 및 인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한국의 산업 구조와 기업 환경에 맞춰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전공과 케이스 스터디를 강화한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MBA들이 해외 명문 MBA와의 협업을 통해 최신 이론과 실무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도 ‘한국형 MBA’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MBA를 개설한 초창기에는 주로 주간, 야간, 주말반 정도로 나눠 운영했다. 수업 내용도 일반적인 경영 관련 지식 위주였다.
그러나 운영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주요 대학의 MBA들은 산업 수요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세부 전공을 마련하고 있다.
건국대가 이공계 출신을 기업 리더로 키우기 위해 전통적인 MBA 과정에 기술·디자인 경영 이슈를 접목해 만든 MOTD MBA, 이화여대가 직장인들의 수요에 맞춰 세분한 금융-헬스케어-빅데이터 MBA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화여대는 워킹맘을 위해 주말 강좌를 듣는 재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자녀를 이화어린이연구원에서 돌봐주는 맞춤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주대 MBA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기존 전공에 협상과 코칭 전공을 더해 무려 11개의 전공을 체계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온·오프라인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재학생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중앙대는 CAU Leader MBA에서 일반 경영 과정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같은 세부 전공을 추가하고 있다.
국내 MBA가 특히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장점 덕분이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MBA 재학생 가운데 직업 경력을 가진 학생은 2937명으로, 전체 재학생 3168명의 92.7%를 차지했다. 취업률 또한 높다. 2014학년도 8월 주간 과정 졸업생 487명 가운데 박사 과정 진학자, 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자는 398명으로 취업률이 81.7%나 된다.
해외 유명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학교와 학생의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국내 MBA도 많다. 유수 MBA의 커리큘럼을 들여오는 것을 넘어서서 교육 과정을 함께 개발하고 연구진 및 학생들의 교류도 활성화하고 있다.
중앙대는 풀타임인 Global MBA를 통해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푸단대와 손잡고 경영 지식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현장 경험을 모두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영어 강의 비중을 높이면서 국내 MBA의 자체적인 국제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 MBA에 개설된 1543개 과목 중 영어 강의 과목은 826개(53.5%)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0개의 주간 과정과 3개의 야간·주말 과정은 100% 영어 강의로 진행돼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