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학생 이모 씨(23)는 시간이나 때울 생각으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손바닥 안 세상은 ‘신세계’였다. 접속한지 얼마 안 돼 낯선 여성이 네이버 메신저 ‘라인’으로 옮겨 알몸 채팅을 하자고 말을 걸어왔다. 상대는 “이 앱을 깔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며 파일을 보냈다.
그 파일을 덥석 받은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는 상대의 전화번호부와 위치정보를 몰래 빼내는 악성앱이 깔려 있었다. 이 씨의 음란행위 영상과 개인정보를 손에 넣자 상대는 돌변했다. 굵은 남자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친구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부랴부랴 300만 원을 송금한 이 씨는 “이런 채팅이 처음이라 피싱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후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만 800여명, 피해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피해자 대부분 30대 남성으로 대기업 회사원, 한의사,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경찰 수사결과 피의자는 총책 조모 씨(26)가 이끄는 기업형 몸캠 피싱 조직으로 밝혀졌다. 아직 돈을 보내지 않은 피해자까지 더하면 1000명 넘는 남성이 알몸 사진을 미끼로 협박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5개월여 간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조직원 19명을 붙잡아 조 씨 등 5명을 상습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몸캠 피싱 조직이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 ‘라인’ 메신저는 자신이 아닌 가짜 화면을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고, 파일을 전송할 때 악성앱 여부를 검사하지 않아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