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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토픽] ‘5만원의 행복’…어느 K리그 팬의 하루

입력 | 2015-04-24 05:45:00


■ 한 경기 관전 비용은?

교통비+티켓+먹거리+뒷풀이
한 경기 평균 4만∼5만원 사용
원정경기 땐 고속버스비 등 +α

모 항공사 남자승무원 김세연(34·가명) 씨는 열혈 축구팬이다. 비행 스케줄이 없을 때 타이밍이 맞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A매치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경기를 선호한다. 육군 장교 복무 후 입사에 앞서 유럽배낭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AS로마-라치오의 이탈리아 세리에A ‘로마 더비’를 관전한 뒤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귀국 후 어떤 팀을 좋아하게 됐고, 이제는 그만의 ‘피버피치(아스널 팬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를 쓰고 있다. “남들보다 (축구 사랑은) 늦었어도 열정은 강하다”는 그는 초록 잔디만 보면 흥분한다. 입이 거칠어지는 것도 다반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킥오프 30분 전부터 경기 종료 후 15분까지 발을 동동 구른다. 곁에 있는 낯선 이와 껴안고 환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게 즐겁다. 그러다보니 진짜 연애는 상상도 못 한다. 전형적인 ‘마초’ 스타일의 그와 맥주 한 잔을 나누다보니 궁금한 것이 생겼다. “경기장에서 평균 얼마를 쓰느냐”고. “항상 혼자 경기장을 찾아 4만∼5만원?” 비싸진 않은데, 아주 싸지도 않다. 김 씨를 통해 축구팬의 하루를 살펴봤다.

●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를 관전하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 씨는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FC서울의 ‘슈퍼매치’를 관전했다.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마을버스, 지하철, 광역버스를 3차례 갈아타지만 왕복교통비는 1만원 미만. 수원역에선 2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경기장 도착 후에는 습관 같은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경기장 건너편 작은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4000원)을 사고,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2만원·S구역 홈 응원석)을 꺼낸다. 할인된 금액에 홈 티켓 출력도 가능해 번거로움이 줄었다.

시즌티켓(10만∼30만원) 구입도 고민했지만, 매 번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데다 여러 각도에서 관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기별 구입을 택했다. 가격은 좌석마다 천차만별로 자유석은 1만∼2만 원, 지정석은 1만4000∼4만원 등 선택의 폭이 넓다. 그 외에 전용 테이블이 딸린 본부석 2층 기자석 옆의 VIP석과 스카이박스 등도 여력만 된다면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빅매치가 아니면 현장 판매분을 쉽게 구했는데, 대형 통천으로 2층 스탠드 상당 부분이 가려진 올해부터는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물론 김 씨의 지갑은 기념품 숍에서도 열린다. 이날은 수원 구단 ‘창단 20주년 기념’ 머플러를 구입했다. 2만5000원으로 상당한 거금이었지만, 항상 구입하는 것도 아닌 데다 알짜배기 한정판 아이템으로 생각해 딱히 망설이지 않았다. 기념품 숍 투어를 마치고 매점과 푸드 트럭에서 식음료를 구입했다. 화장실 등 급한 용무가 아니면 경기 중 이동은 상당히 불편하다. 전·후반용 맥주 2캔을 들고 갓 조리된 간단한 음식을 사다보니 1만원이 조금 넘게 들었다. 매점 이용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케밥, 문어발, 볶음밥, 소바 등 다양한 먹거리가 마련된 푸드 트럭은 인기폭발이었다.

김 씨의 일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종종 마주치며 친해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과 어울려 인근 식당에서 짧고 치열한 뒤풀이를 하고나니 1만원 가량 더 들었다. 슈퍼매치가 열린 그날, 김 씨는 약 7만∼8만원을 썼다. 기념품 구입을 제외한다면 그의 설명이 틀리지 않았다.

● 원정경기는? 지방에선?

대부분의 구단들이 원정경기 관전을 희망하는 팬들을 위해 왕복원정전세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수도권 출발을 기준으로 평균 2만∼3만원 정도의 경비가 든다. 물론 항상 단체버스에 탑승할 필요는 없다. 번거롭긴 해도 여행 삼아 개인별 이동을 해도 좋다.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 원정은 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스케줄이다. 시즌 개막 전 제주 원정 일정이 나오자마자 저가항공 탑승권 예매에 돌입하는 것은 연례행사다.

만약 김 씨가 개별 이동으로 5월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전북현대-수원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1·2위의 대결을 관전한다고 했을 때 예상 비용은 어떨까. 현지에서 추가될 각종 식음료 비용과 기념품 구입 등을 제외하면 비지정석 티켓 1만2000원(VIP석 2만5000원·지정석 2만원·자유석 1만2000∼1만5000원)과 고속버스 왕복요금 4만원 등 5만원이 좀 넘게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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