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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愛] 신정길 안전본부장 “끈질긴 한화가 광주오면 긴장해야죠”

입력 | 2015-04-24 05:45:00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신정길 본부장(오른쪽)과 김남우 주임이 야구장 중앙출입구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KIA


■ 챔피언스필드 신정길 안전본부장·김남우 팀장

매일 경기 6시간전부터 업무…자정돼야 퇴근
새구장 황홀감도 잠시 관중 난입·화재 초긴장
게이트서 웃어주는 관중보면 힘이 불끈 아아
내가 있을때 KIA ‘V11’ 꼭 달성했으면 좋겠다

“한화가 오면 조금 겁날 것 같은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신정길(31) BS코퍼레이션 안전사업부 본부장은 호방하게 웃었다. 20대의 전부를 야구장에 바쳤지만, 경기시간이 길어지면 일이 고달파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경기를 길게 하는 한화가 광주를 찾을 때면 어떨까. 그만큼 각오하고 있다. 경기시작 6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해 자정 전후로 퇴근하는 고달픈 직업. 안전책임자가 된 지금도 꼬박 하루를 쏟아 붙는다. 아빠를 기다리는 딸아이를 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그는 “보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의 삶은 야구와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 관중난입과 야구장 화재

어느덧 경력 9년차의 베테랑. 대학을 졸업하고 선배의 권유로 안전요원을 시작했다.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시설과 환경 모두 열악했던 무등구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챔피언스필드 안전요원과 파트타임 180명의 일을 직접 배분하고 막힘없이 설명해내지만, 처음에는 그 역시 어리바리하기 그지없었다. 신 본부장은 “무등구장은 관리인원이 40명이면 충분했다. 그 대신 시설물이 워낙 오래돼서 관중의 불평불만이 많았다. 게이트에 녹이 슬어서 불순물이 떨어지고, 담배를 피우면 통로가 연기로 막혀 냄새도 안 빠졌다”며 불과 1∼2년 전의 추억을 더듬었다.

신혼집을 얻은 새 부부처럼 챔피언스필드는 황홀했다. 심폐소생술, 소방훈련 등도 착실히 이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29일∼5월 1일 광주 SK전에서 사달이 났다. 첫날은 오심으로 관중석이 술렁였고, 이튿날은 1루에 맞닿아있는 서프라이즈석에서 그라운드로 관중이 난입했다. 마지막 날은 1루측 좌석에서 화재까지 났다. 그는 “여성의 가방을 검색하긴 어려움도 있고, 그런 틈에 낚시용 버너를 들여와 불이 났다. 큰 사고 없이 수습돼서 다행이었지만, 안전을 책임지는 담당자로서 힘든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KBO에서 ‘SAFE 캠페인’을 마련하는 등 안전에 더욱 신경 쓰면서 사고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 야구로 맺어진 인연들

오랜 시간 터줏대감 삼아 야구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훈훈한 관중들 덕분이다.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한번씩 웃어주는 관중, 이따금 음료와 커피를 전해주는 관중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특히 시즌권을 소지한 몇몇 팬들과 절친한 사이가 됐다. 신 본부장은 20대를 모두 야구장에서 보내면서 크고 작은 대소사를 치러냈다. 결혼도 했고,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됐으며, 돌잔치까지 했다.

신 본부장은 “목포 출신인데 어렸을 때는 야구장이 없어서 야구를 잘 몰랐다. 하지만 대학부터 야구의 매력을 느꼈고, 그곳에 삶의 터전을 꾸렸다. 야구장에서 보낸 시간 동안 결혼식과 돌잔치를 찾아와주신 몇몇 야구팬들이 생겼다. 근무하면서 참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단의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단 초청으로 아내가 스카이박스에서 야구를 관람하기도 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언제 그런 곳을 가볼 수 있나. 뿌듯하고 고마웠다”며 찡긋 웃었다. “간혹 우리를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점점 우리를 믿고 잘 따라주신다. 야구장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 관중과 ‘V11’의 즐거움 함께 하고 싶어

신 본부장은 강한 책임감으로 시설물을 일일이 점검하고 재차 확인한다. 경기가 끝나고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만취객을 안전하게 돌려보내기도 한다. 지난해 신 본부장의 후임으로 들어온 김남우 주임은 “본부장님은 책임감이 엄청나다. 맡은 일이 있으면 그 방면에선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큰 책임감과 역량을 고루 갖추고 있다. 배우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신 본부장도 “말끔하게 생긴 얼굴에다가 일도 잘해서 채용했다.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둘은 입을 모아 새롭게 달라진 KIA의 우승을 염원했다. 신 본부장은 “아쉽게 2009년 우승을 함께 하지 못했다. 내가 있을 때 꼭 ‘V11(11번째 우승)’을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주임도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우승을 원하신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팀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광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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