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장시환. 스포츠동아DB
2007년 데뷔…팀 5번이나 옮겨
만년 유망주 꼬리표에 개명까지
9년 만에 첫 승…kt 에이스 우뚝
2006년 8월 16일 2007프로야구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회의.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KIA는 사실상 1차 지명권을 3장이나 가졌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그 해 1차 지명은 구단별 2명씩이었다). 창단 이후 2005년 첫 꼴찌(양대리그 제외)의 수모를 겪은 KIA는 ‘연고지 우선지명’이었던 1차 지명에선 인하대 오준형과 진흥고 정영일(애너하임과 계약)을 찍고, 2차 1라운드 1순위로 역시 연고지가 배출한 좌완 강속구 투수 양현종(동성고)을 택했다.
그러나 당시 KIA보다 더 큰 만족감을 보인 구단이 있었다. 서울입성분담금이 없어 수원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현대였다. 현대는 1차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2차 지명회의 1라운드에서야 첫 신인 지명권을 쓸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는 2차 지명회의 후 쾌재를 불렀다.
현대는 2차 지명회의 1라운드에서 망설임 없이 북일고 장효훈의 이름을 불렀다. 장효훈은 1년을 유급해 1차 지명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고팀 한화가 가장 아쉬워했던 우완 강속구 투수였다. 고교 시절 최고 구속 154km를 찍었고, 8∼9회에도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던진 강한 어깨로 프로스카우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84cm의 큰 키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미래의 에이스이자, 스타로서 손색이 없었다. 2007년 현대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명가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 신인 장효훈을 주목해달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대→우리→히어로즈→넥센→kt까지 유니폼의 팀 이름이 5번이나 바뀐 9년의 세월 동안 특급 유망주는 1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상무에서 뛴 2년을 제외하더라도 무려 7년이다.
● 누구나 인정하는 kt의 에이스 장시환
매년 스프링캠프에선 ‘장효훈이 드디어 유망주의 알을 깬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강속구 투수는 볼을 두려워했다. 투수코치들의 진단도 각각 달랐다. 사이드암으로 변신까지 시도했다. 장효훈은 2008년 이름까지 장시환으로 바꾸며 모든 것을 걸었다. 그 같은 노력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2014년 겨울 kt가 자신을 특별지명으로 선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22일 장시환(28)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K전에서 4회 2사 후 구원등판해 5.1이닝 동안 3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팀의 2-0 승리를 지켰다. 9년 동안 기다렸던 감격적 첫 승이 팀의 첫 홈경기 승리였다. 과감한 몸쪽 승부, 변함없는 시속 150km대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커브까지 자유자재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