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건강 리디자인/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노인건강 체험단 프로젝트 시작
건강 체험단 김중희 씨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운동부하검사를 받고 있다. 운동부하검사는 트레드밀을 걸으면서 심장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다(왼쪽 사진). 참가자들이 최보영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강사(앞줄 오른쪽)와 함께 인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단 한 번도 내 심장을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이동현 씨(72)는 60세에 접어든 2003년부터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2013년까지 매년 동아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완주할 정도로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했다. 지난해 전립샘 비대증으로 병원 신세를 졌지만 마라톤 하프 코스를 뛸 정도로 체력엔 자신이 있었다. 70대 중반까지는 황혼의 마라토너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
하지만 이 씨는 23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동아일보가 진행 중인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에 선발돼 무료 맞춤형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심장혈관 협착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운동부하검사에서 이상이 감지돼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는데 심장 혈관이 40∼50% 막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라톤 등 강렬한 운동을 계속할 경우 뇌중풍(뇌경색),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높았다.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 이 씨는 “건강 체험단에 선발되지 않았다면, 병을 모르고 계속 마라톤을 했다면 혹시 길에서 갑자기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하다”라며 “하늘이 도왔다. 기회를 주신 동아일보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70대 건강 체험단 프로젝트 시작
오전 9시 병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서로의 건강 비담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병원 측은 참가자들이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올 것에 대비해 30석의 자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서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참가자가 많아 한동안 행사장의 자리가 차지 않았다. “기자 양반, 내 팔뚝 한번 만져봐”라며 건강미를 과시한 한대희 씨(79)는 “70대 노인도 열심히 관리를 하면 50, 60대 못지않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체험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유준현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와의 일대일 면담 △키 몸무게 등 신체 측정 △X선 검사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몬트리올 인지평가 △간이정신상태검사 △영양평가 등 다양한 기초 검사를 받았다.
심전도 검사는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심실비대 등 심뇌혈관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됐다. 심장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전기적 신호를 기록해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운동부하 검사는 개인당 약 30분씩 트레드밀(러닝머신)을 걸으면서 흉통 유무, 폐활량, 운동능력, 심장능력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체험단이 70대 이상 고령인 만큼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 등 경도 인지장애를 판단하는 몬트리올 인지평가와 단어 기억력, 계산력,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간이정신상태검사도 진행됐다.
10인의 건강체험단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지원할 정도로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노인들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검사 결과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10인의 평균 혈압은 132/93mmHg로 정상범위(수축기 120 미만, 이완기 80 미만)보다 높았다. 공복혈당도 평균 dL당 109.4mg으로 정상(70∼104mg)보다 높은 수준.
유 교수는 “노화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과학적 건강관리와 실천을 지속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단과 함께 증명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3월 말경 개별적으로 통보가 됐고, 4월부터는 맞춤형 건강관리가 시작됐다. 심장혈관 협착증 진단을 받은 이동현 씨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빈혈 증세가 있고, 비타민D도 부족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혈전 방지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빈혈 증세를 개선하게 하기 위해 적당량의 육류 섭취를 권했다. 평소 즐기던 마라톤 대신에 걷기와 아령운동 등 중간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할 것도 당부했다.
김용균 씨는 알코올성 지방간, 고혈압과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현재 28에 이르는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를 정상인 25까지 떨어뜨리기 위해 채식 위주의 식단과 절주를 강권했다.
김용균 씨는 “70대도 포기하지 않고,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으면서 건강관리를 하면 몸 상태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주치의 한마디]나이 들어 아픈 것? 체념하지 마세요 ▼
유준현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70대는 60대와는 분명 다르다. 세포의 단백질 합성 능력과 면역 기능이 저하된다. 체내 지방이 증가하고 골밀도가 급속히 감소한다. 동맥경화, 암, 치매의 위험도 현격하게 높아진다.
건강에 적신호가 많지만 우리의 70대들은 오히려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파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다”라며 체념한다.
물론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것. 하지만 기회는 열려 있다. 건강 체험단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대구에서 전주에서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온 노인들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낀다. 70대도 관리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유준현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