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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600명 홀로 관리… 고달픈 해경

입력 | 2015-04-24 03:00:00

태안 안흥출장소 홍대명 순경




15일 오후 충남 태안해경 안흥출장소 소속 홍대명 순경이 입항한 낚싯배를 점검하고 있다. 안흥출장소에선 매일 직원 1명이 12km 연안의 치안 안전사고 소방까지 담당하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1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태안해양경비안전서(태안해경) 안흥출장소. 우럭을 잡기 위해 출항했던 낚싯배가 들어온다는 무전이 흘러 나왔다. 홀로 출장소를 지키던 홍대명 순경(34·사진)이 서둘러 부두로 나섰다. 입항한 어선의 인원을 확인하고 선장의 음주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홍 순경의 일이다. 그러나 모든 배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홍 순경 혼자 24시간 근무하는 안흥출장소 같은 곳에서 낚싯배 수십 척을 모두 살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40곳에 이르는 전국의 해경 출장소는 바다 안전의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과 장비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뒤 정부는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지만 현장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안흥출장소도 원래 1명이 지키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 전·의경을 포함해 최소 2명 이상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해양경찰청’ 해체 후 인원 조정이 시작되면서 총 근무 인원이 2명으로 줄어 1명씩 교대 근무를 하게 됐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치안 수요가 적은 곳은 인원을 최대한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 순경이 맡은 업무를 살펴보면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는 출장소가 위치한 안흥항에서 북쪽 정산포항까지 총 12km 해안의 치안과 안전사고 관리를 홀로 담당한다. 정산포항까지는 자동차로 15분이나 걸리는 거리. 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하다는 ‘신속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홍 순경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낚시꾼이다. 안흥항은 매년 전국 단위 낚시대회만 2, 3차례 열릴 정도로 우럭이나 넙치 낚시의 명소다. 그는 “많을 땐 오전 3시부터 낚시꾼이 오기 시작해 많게는 600명 넘게 몰려오기도 한다”며 “혼자서 모든 배를 꼼꼼히 살피고 인원을 체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고 밝혔다.

출장소 구조 장비도 부족하다. 홍 순경에게 지급된 장비는 낡은 구명환, 구명볼, 로프 1개씩과 구명조끼 4벌이 전부. 구조정은 한 척도 없다. 만약 해양 사고가 일어나면 ‘민간자율구조선’으로 불리는 어선을 빌려 타고 출동해야 한다. 육상 순찰에 필수적인 오토바이나 순찰차도 없어 홍 순경은 자가용을 타고 순찰을 다니는 형편이다. 그는 “기름값도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며 “해상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하나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해경 출장소 중 안흥출장소처럼 ‘2교대’ 근무로 운영되는 곳은 39.2%(94곳)에 이른다. 보통 근무자가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휴식시간인 걸 고려할 때 적어도 4시간 동안 관할 구역의 치안 및 안전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경 관계자는 “치안 업무를 주로 맡는 육지 경찰과 달리 해경은 치안, 해상안전 심지어 소방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훈련 빈도가 늘고 강도도 세졌지만 인력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안흥출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경에 따르면 인력 상황이 더 열악한 도서(島嶼) 지역 출장소는 이틀 근무하고 이틀 쉬는 ‘48시간 2교대 근무’도 일상적이다. 구조정이 없는 출장소도 전체의 91.3%(219곳), 순찰차가 없는 곳은 85.4%(205곳)에 이른다. 해경 관계자는 “순찰용 오토바이나 차량, 구조정 추가 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며 “결국 직원들이 몸으로 버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