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매체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용”… 아베, 5월 러 승전기념식 불참
일본 정부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 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는 내용이 담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설문을 중국 측에 미리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이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실상 연설문을 ‘사전 검열’ 받은 것.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은 23일 일본의 중문 온라인 매체인 일본신원왕(新聞網)을 인용해 일본이 반둥회의 기간 중인 22일 중국과의 정상회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베 총리의 연설문 초안을 중국 측에 미리 보냈다고 보도했다. 일본신원왕은 익명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가 회담에 앞서 21일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관련 내용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반둥회의 연설에서 2차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지만 ‘식민지배’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늦게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식민지배를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 계승 의지를 밝히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