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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동용]성완종 특사 요청자만 기억 안난다? 野 또 다른 ‘물타기’

입력 | 2015-04-25 03:00:00

MB맨 양윤재 추천자만 흘리고… 핵심인 成관련 인사엔 모르쇠




민동용·정치부

24일 야권에서는 느닷없이 2007년 12월 특별사면된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화제에 올랐다. 당시 양 전 부시장의 사면을 요청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 진원지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측이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이 추천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고, 다른 인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네 곳에서 추천이 들어왔다고 한다”고도 했다.

야당은 문 대표 발언을 신호탄 삼아 일제히 양 전 부시장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전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그분(성 회장)의 사면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이명박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그 점은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양 전 부시장의 케이스와 똑같다”고 말했다.

의아한 점은 누가 양 전 부시장 사면 추천자인지에 대해서는 즉각 신원을 공개하고 나서는 문 대표 측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성 회장 사면 추천자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 회장과 양 전 부시장은 2007년 12월 31일 같은 날 사면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성 회장의 사면만 따로 재가했고, 성 회장은 비공개로 처리됐다는 점만 다르다. 특사 대상은 단지 75명. 그런데도 문 대표와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의 사면업무 종사자들은 “이명박, 이상득에게 물어보라”고만 할 뿐이다.

양 전 시장을 사면시켜 달라고 누가 요청했든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노 전 대통령이다. 성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이 “궁극적 책임은 노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성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에서 ‘성완종 특사’ 논란은 곁가지일 수 있다. 여당의 특사 의혹 제기에 대해 ‘물 타기’라고 비판하는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성 회장 특사 과정은 설명도 못하면서 양 전 부시장 사면 건만 퍼뜨리는 일 역시 또 다른 방식의 ‘물 타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신원을 공개하면 말끔하게 처리될 일인데 왜 주저하는지 모르겠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