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편도선이 붓고 복통에 열까지 나 매일 주사와 링거를 맞으며 (순방 일정을) 강행군했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전(현지 시간) 남미 순방 마지막 방문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자들 앞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18일 콜롬비아 동포간담회 당시 수행원들에게 ‘(수도 보고타의 지대가 높아 생기는) 고산병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목으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럼에도 이 총리의 말 바꾸기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 순방 중 사의표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27일 귀국 직후 이 총리의 사표 수리와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임 총리 후보자 지명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특별검사제 도입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퇴진 요구 등 야당의 파상공세에도 맞서야 한다. 민심의 풍향계가 될 4·29 재·보궐선거 결과도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개혁과제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수요일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챙기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당장 국무회의나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도 없다. 결국 4·29 재·보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적 논쟁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성완종 게이트 수사 등을 지켜보며 후임 총리 물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 차 최대 위기를 정면 돌파하느냐가 후임 총리 인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25일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패션쇼와 케이팝 공연을 결합한 ‘Fashion(패션) & Passion(열정)’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던 브라질 이민 1세대 신혜자 씨가 참석했다.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가장 아낀 노란색 한복을 줄여 입고 나와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당시 부친의 약속이 지켜져 기쁘다”고 말했다. 신 씨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흔들 정도로 발전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참 대단한 한국”이라고 화답했다.
상파울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