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세부담률 2년 연속 하락

입력 | 2015-04-26 17:04:00


국민이 낸 세금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확대로 재정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국민들의 세(稅) 부담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여서 조세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GDP 대비 조세부담 비율은 17.8%로 2013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명목 GDP는 1485조780억 원,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세금총액은 국세(205조5000억 원)와 지방세(58조7828억 원)를 합쳐 264조2828억 원(잠정)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일본(16.7%), 멕시코(16.8%) 보다 다소 높지만 미국(18.9%), 영국(28.4%)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4.7%)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나빠져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고 내수부진, 환율 하락 등의 여파로 부가가치세, 관세 등의 수입도 부진해 지난해 전체 세수(稅收) 상황이 좋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세부담률 하락을 단순한 세수 부진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정부 조세 정책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이 단 1원이라도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원칙’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3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세부담률 끌어올리기의 첫 단추 격인 소득공제 개편이 납세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면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이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분석한 결과 근로소득자 1619만 명 중 45.7%인 740만 명은 연말정산 개편에 따라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전체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정부의 과세기반 확대 방침에 따라 2005년 48.7%에서 2013년에 31.2%까지 낮아졌지만 1년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출산·입양공제를 신설하는 연말정산 보완대책까지 시행되면 2014년 귀속분으로만 4227억 원의 소득세 감면이 추가로 이뤄지고 면세자의 비중은 더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국민들의 세 부담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60년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연평균 3.6% 증가하는 데 비해 총지출은 매년 4.6%씩 늘어나 적자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의 지출이 커지면서 정부의 의무지출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에는 54.2%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복지를 늘리려면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면세자를 줄여야 하는데, 납세자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지나친 공제항목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