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진 전문가들은 2010년 2월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직후 다음 차례는 네팔이며 지진 규모는 8.0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이번 지진 규모 7.9에 거의 근접한 전망이다.
카트만두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지진학자 50여 명이 모여 닥쳐올 지진 피해를 줄일 방법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리기도 했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지진학자인 제임스 잭슨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직후 “악몽이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네팔이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떠올랐던 것은 두 거대한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팔이 에베레스트산 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나라이지만, 2500만 년 전 인도판이 유리시아판과 충돌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바다 속에 있었다. 인도판이 계속 유라시아판을 밀어 올리면서 융기하기 시작했고 그 충돌 에너지가 수십 년을 주기로 계속 지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음번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꼽고 있다. 1999년 이스탄불 동쪽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1만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터키 정부는 건축규정을 강화해 다가올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우리나라에서도 지진 발생 빈도가 잦아져 주목된다. 26일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는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1998년까지는 연평균 19.2회의 지진이 관측됐으나 이후 1999~2014년에는 2배 이상 많은 47.7회의 지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관측 이래 한반도(북한 지역 제외)에선 규모 4.9 이상의 지진이 그동안 9차례 관측됐는데, 이 중 6번이 2000년 이후에 몰려 있다. 지난해 4월 1일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km 해역에서 방생한 규모 5.1의 강진은 관측 이래 3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전문가들은 국지적 지진 발생 빈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한반도에도 지진에 취약한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