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檢, 成회장 은닉 증거물 확보
성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 회장 집무실의 물품들이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이 이뤄진 18일 오전 6시 반경 이 부장 등의 지시로 비서실 여직원에 의해 급하게 지하창고로 옮겨진 정황을 파악했다. 회사 서류를 파쇄해야 할 것과 따로 챙겨야 할 것으로 분류했고, A4용지 상자에 담은 회장실 물품을 서류와 함께 회사 지하 1층 창고에 숨겼다는 것이다.
지하창고에 보관돼 있던 이 상자는 지난달 24일 성 회장의 검찰 소환에 대비해 열린 ‘측근 대책회의’에 다시 등장했고, 조모 법무팀장(44)이 성 회장의 메모 몇 장을 스캐너로 떠 파일로 보관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 회장 개인 물품 중에는 성 회장이 직접 기록한 메모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급히 감췄다가 핵심 측근들과의 ‘대책회의’에 다시 꺼낸 정황 자체가 ‘은밀한 자료’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달력과 명함, 휴대전화 등 회장실 물품 중 일부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자료 중엔 경남기업 자금관리과장 황모 씨 집 안방 장롱에서 발견한 회사 대여금 장부도 있다. 성 회장이 숨지기 전까지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성 회장이 대아건설 대아레저산업 대원건설산업 등 계열사 3곳에서 끌어다 쓴 대여금 182억여 원 등에 대해 횡령 혐의를 두고 수사해 왔다. 이 중 대부분은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한 뒤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수억 원의 용처가 수사 대상이었는데 이 장부엔 그 실마리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박 전 상무가 부하 직원에게 맡겨 놓은 휴대용 저장장치(USB 메모리) 등이 담긴 쇼핑백 2개도 추가 증거로 확보했다. 일각에선 “성 회장의 ‘복기 자료’가 흔히 생각하는 노트 형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복기 자료’가 전자파일 형태로 저장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상무와 이 부장 측은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이 지하창고에 은닉했다고 보는 큼지막한 달력은 숫자 밑에 일정을 적은 정도로 로비와 관련된 자료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