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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기업을 내쫓는 나라

입력 | 2015-04-27 03:00:00


대기업 회장 A 씨는 얼마 전 베트남 출장에서 국빈급 환대를 받았다. 베트남 당국은 A 회장 일행의 공항 입국심사를 사실상 면제했다. 차량이 숙소까지 가는 동안 현지 경찰이 안내했고 신호등 통제로 교통 체증도 없었다. A 회장은 “베트남의 달라진 모습에 놀랐고 한국의 현실이 떠올라 착잡했다”고 지인들에게 털어놓았다.

▷사회주의의 깃발을 공식적으로는 내리지 않은 베트남이 한국인 기업가를 극진히 챙긴 것은 현지 투자 확대가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몇몇 주(州)가 현대·기아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지원한 것처럼 선진국에서도 ‘국내외 기업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이토 모토시게 일본 도쿄대 교수는 “막강한 실력의 기업을 보유했는지가 국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된 시대”라고 강조한다.

▷해외 생산시설에서 블루칼라 일자리만 생긴다고 여기면 착각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은 어느 모임에서 “해외 공장을 지으면 전체 일자리 중 15%는 관리직인 화이트칼라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인들이 애국심이 부족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웬만하면 내가 태어난 나라에 생산시설을 늘리고 싶지만 인건비 차이와 함께 각종 규제나 강성 노조 등쌀에 국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호소를 엄살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횡령과 도박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같은 일탈은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썩은 사과’ 때문에 기업과 기업인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을 올바른 정의라고 할 수도 없다. 여야 정치권이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법인세 인상 주장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위대한 기업가들은 유럽과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현재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이 ‘기업을 부르는 나라’가 아니라 ‘기업을 내쫓는 나라’로 달려가면 국가 위상이 추락하면서 다음 세대에 고통을 안겨주는 우울한 미래가 닥쳐올 수밖에 없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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