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주요 국면 등장 녹취파일만 4건 계약관계나 부부갈등서도 녹음 일상화… 요즘 소송, 녹취 활용 ‘필수’로 스마트폰 확산 맞물려 불신사회 반영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된 녹취 파일은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성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넨 1억 원의 전달자로 지목한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6일 자신의 병실로 찾아온 성 회장의 발언을 녹취했다. 윤 전 부사장은 또 홍 지사 측에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준 걸로 하자”고 제안한 얘기도 녹취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측도 ‘녹취 공방’의 당사자로 나섰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성 회장이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 4일 당시 운전기사와의 통화 내용을 녹취해 공개했다가 오히려 “증인을 회유했다”는 역풍을 맞았다.
녹취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계약을 앞둔 자영업자와 영업사원, 상사의 지시를 받는 직장인 등이 상대방과 통화하며 ‘통화 중 녹음’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배우자의 비행을 감시할 ‘은밀한’ 녹음 장비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사회 전체가 법적 증거로 활용될 녹취만 믿는 ‘불신(不信)사회’로 접어들었다”며 “구두 약속이나 계약서마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녹취의 일상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조동주·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