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금융권은 요즘 바짝 움츠러들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3차 워크아웃에 임박해 금융 당국과 금융권 고위 인사를 집중적으로 만났고, 금융 당국이 채권단에 경남기업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인 뒤부터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넘어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섰던 금융권을 정조준하는 것 아닌지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 금융기관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 사퇴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권의 기대와 달리 이번 검찰 수사는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감사원이 금융 당국의 외압 정황을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3일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3년 10월∼2014년 2월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에 대주주의 무상 감자 없이 출자 전환을 하도록 강요했다. 당시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은 회계법인 담당자들을 불러 “회사 및 대주주의 입장을 잘 반영해 처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도 할 일이 있다. 기업구조조정 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개선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경남기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는 채권단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감독 당국은 구조조정 방법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 채권단을 호출해 조용히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 당국과 채권단을 향한 국회의원과 이익단체 등의 압력과 로비가 암암리에 이뤄진다. 채권단 뒤에는 항상 관치 금융, 정치 금융이 존재한다.
은행들은 감독 당국이나 정권 핵심 인사들의 압력을 외면하지 못한다. 경남기업의 경우 채권단은 지난해 3월에 1000억 원의 출자 전환을 포함해 총 63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경남기업의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언제 워크아웃이 채권 은행 뜻대로 된 적이 있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관치와 정치의 입김을 걷어 내지 않으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 왜곡되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감독 당국이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