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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한명숙과 이완구

입력 | 2015-04-28 03:00:00


한명숙 전 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비교한다면 양쪽 다 화를 낼지 모르겠다. 한 전 총리는 첫 여성 총리였고 이 전 총리는 충청권 대선주자로 오르내렸으니 양쪽 다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의 액수는 9억 원 대 3000만 원으로 한 전 총리 쪽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9억 원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3000만 원은 검찰이 아직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정치인 출신 총리가 많지 않은 터에 두 사람 다 정치인 출신으로 총리가 됐고 또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됐다. 한 전 총리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한 전 총리같이 민주화 운동의 전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뇌물을 받았다고 믿고 싶지 않다. 다만 정치자금은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두 사람 다 학자나 관료 출신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시도지사에 출마한 정치인이다 보니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겠다 싶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그제 “새정치민주연합이 부정부패로 새누리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며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꼬집었다.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로 시작된 정치권 다툼에 애먼 한 전 총리까지 불려 나왔다. 하지만 결국 새정치연합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반대하는 것이야 새정치연합의 자유지만 인준 표결 자체를 막고 있으니 ‘한명숙 구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2013년 9월이다. 그때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났다. 기소된 때로부터 따지면 4년 9개월이다. 그 사이 한 전 총리의 19대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 지나갔다. 이러다가 내년 임기가 끝날 무렵에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연착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 인준 표결에 협조하고 대법원도 궐원을 채우게 되면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신속하게 판결을 내려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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