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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브레이크] 풀카운트에서 빛나는 ‘김성근식 야구’

입력 | 2015-04-28 05:45:00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풀카운트 피안타율 0.211 대폭 줄어
타자는 풀카운트 승부 3할 타율 수직상승

김성근 감독 체제서 선수들 많은 훈련 소화
투수 제구력·타자 집중력 향상 가시적 효과

야구는 결국 볼카운트 싸움이다. 대개 첫 3구를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타자와 투수 사이의 수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자가 드러난다. 1B-2S에서 투수가 결정구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2B-1S에서 타자가 소극적 타격을 할 때 3B-2S의 풀카운트까지 갈 확률이 커진다. 흔히 ‘풀카운트는 타자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투수가 볼을 1개만 더 던지면 볼넷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설령 아웃을 잡더라도 투구수가 늘어나기에 투수 입장에선 손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한화는 풀카운트까지 몰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풀카운트 승부를 즐기는 듯한 통계자료가 잡힌다. 개막 후 22경기에서 12승10패, 사람들은 기적을 얘기한다. 하지만 기적이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 한화, 풀카운트에서 싸울 줄 안다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한 결과, 27일 현재 한화 투수들은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90번의 풀카운트 상황을 맞았다. 경기당 4.09번이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한화 투수들이 맞았던 풀카운트 상황은 454번이었다. 경기당 3.55번이었다.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시즌 초반 한화 투수들이 풀카운트까지 몰고 가는 횟수가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

더욱 주목할 지점은 풀카운트에서의 결과다.<표 참고> 지난해 한화투수들은 220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6개의 사구를 내줬으며, 16개의 홈런과 21개의 2루타를 맞았다. 피안타율은 0.251이었다. 반면 올해 26일까지 한화 투수들은 42개의 볼넷을 내주고 있고, 홈런은 1개만 맞았다. 피안타율은 0.211이다.

타자 쪽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지난해 풀카운트 타율이 0.248이었는데 올 시즌은 0.309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는 472타수에서 홈런이 6개, 2루타가 22개였는데, 올해는 68타수에서 홈런이 3개, 2루타가 5개다.

● 한화의 역발상, 디테일의 힘

한 야구관계자는 “한화가 굳이 풀카운트를 기피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투수보다 포수가 중요하다”는 지론을 펼칠 정도로 볼배합을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 스타일을 알고 하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볼카운트가 늘어나면 투수 못지않게 타자도 조급해진다. 배터리가 승부 타이밍을 언제로 잡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한화의 볼배합은 ‘풀카운트가 좋다’가 아니라 ‘풀카운트까지 가도 좋다’에 기초하는 것이다. 투수의 제구력, 포수의 볼배합에 대한 확신만 선다면 풀카운트는 타자의 평정심을 깨기에 더할 나위없는 지점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테일에 강한 ‘김성근식 야구’가 풀카운트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많은 훈련을 거치며 투수의 제구력과 타자의 집중력도 향상됐기에 오히려 풀카운트란 극한상황은 한화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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