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은 ‘어벤져스2’에 이어 미국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즌2에도 출연한다. 할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할 그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여자, 일상적인 모습의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드러낸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어벤져스2’ 닥터 조 수현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7편 오디션 참여
함께 있던 ‘어벤져스2’ 캐스팅 디렉터에 발탁
미드 대작 ‘마르코폴로’ 시즌2 촬영 5월 출국
몽골 여전사로 액션 연기…출연 분량도 늘어
‘아이언맨’부터 ‘스파이더맨’까지 인기 캐릭터를 여럿 거느린 할리우드 제작사 마블스튜디오 영화에 처음 출연한 한국배우가 되기까지, 수현(30)이 겪은 갈증은 적지 않았다. 그 갈증을 단순한 슬럼프로 여기고 제자리에 멈췄다면 세계가 열광하는 시리즈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에 출연할 기회는 잡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복수는 그만 하고 싶었다.”
2013년. MBC 드라마 ‘7급공무원’ 촬영을 마친 그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차가운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를 반복해 연기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이 컸다.
“제안 받는 역할이 대개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여자였다. 복수심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영화를 통해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 영화에 나오는 주변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할리우드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들은 어떤 연기를 원하는지 파악하려고 초반에는 안 될 걸 알면서도 백인 역할 오디션도 봤다. 그러다 ‘분노의 질주’ 7편 오디션에 참여했다. 마침 그 자리에 ‘어벤져스2’ 캐스팅 디렉터가 있었다.”
기회는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난해 수현이 ‘어벤져스2’에 캐스팅됐을 때, 미국 넥플릭스가 제작하는 드라마 ‘마르코폴로’에서도 출연을 원했다. 일정 조정은 불가능했다.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때 두 작품의 제작자 간 협의가 이뤄졌다. 양측 모두 수현의 참여를 원한 덕분이다. 수현은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며 “상당한 행운이었다”고 돌이켰다.
‘어벤져스2’에서 그의 역할은 아이언맨, 토르 등 영웅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유전공학자다. 출연 비중은 적지만 이야기를 지배하는 악당 울트론의 탄생을 돕는 결정적인 인물로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0년까지 제작되는 ‘어벤져스’ 시리즈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할리우드를 경험한 수현은 “마블 스튜디오이기에 느낀 특별함이 있다”고 했다. “보안이 철저하다. 배우 개개인의 사생활도 정확히 보호한다. 각 스타일에 맞춰 호텔, 아파트로 나눠 숙소를 배정하고 식단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더라. 무엇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선 시리즈보다 더 재미있는 얘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금의 마블을 만든 것 같다.”
“남자처럼 근육질 몸을 만들려고 한다. 요즘 운동에 빠져 있다. 마음껏 먹어 좋긴 한데, 이러다 몸이 얼마나 커질지 좀 걱정이다. 하하!”
화려해 보이는 행보이지만 진짜 원하는 역할은 어쩌면 소박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여자, 일상적인 모습의 인물! 작은 독립영화이면 더 좋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