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총리 訪美] 美日가이드라인 18년만에 개정
이처럼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쇠퇴하는 미 국방력을 보완하기 위해 패전국 일본의 재무장에 채워져 있던 족쇄를 사실상 해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한 일본의 시정권이 미일 안전보장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점도 재확인해 줬다. 이로 인해 중국의 팽창으로 들썩이던 동아시아 안전보장 환경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새 가이드라인은 한국에도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 미국의 글로벌 군사 파트너로 거듭난 일본
일본은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이 일본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고 보고 비용을 계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했다. 또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 활동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동맹 관리를 위한 양국 간 협의 체제를 신속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정보 공유를 위한 요원 상호 파견에도 합의했다.
양국은 중국을 겨냥해 그간 논의돼 온 군사 합의 사항도 발표했다. 일본은 미 해병대의 P-8초계기를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에 있는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고고도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 호크를 아오모리(靑森) 현 미사와(三澤) 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또 2017년까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이지스함을 추가로 배치하고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 향상을 위한 협력도 유지하기로 했다.
○ 한반도 유사시 개입 근거 마련
미국과 일본은 ‘일본 이외의 국가가 무력공격을 당했을 때의 대응 조치’라는 항목으로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로 인해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작전 능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함께 움직인다. 미일이 안보 강화를 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억지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다만 자위대에 대한 한국의 뿌리 깊은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일 양국이 새 가이드라인에 해당국의 주권을 존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안심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북한의 전면 남침이나 핵도발 등 급박한 위기 사태 때 일본이 미국의 용인하에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자국민과 주한미군 및 그 가족의 철수를 위해 자위대 항공기와 함정을 한국으로 파견하고 미국이 이를 종용할 경우 한국이 거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은 새 가이드라인의 후속 작업으로 유사시 한반도 연합작전구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위기사태와 군사적 조치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외할아버지 유업 달성한 아베 총리
아베 총리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은 외할아버지가 남긴 유산(legacy)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본의 한 중견 언론인은 “아베 총리로서는 외할아버지가 남겨 준 숙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다음 수순이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국방군 보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