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뜯어보기 국립발레단 신작 차별화 공들여… 김지영-김현웅 “힘든 동작 많아” 강수진 감독 디테일 꼼꼼히 챙겨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주인공 카타리나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오른쪽)과 페트루치오 역을 맡은 객원 수석무용수 김현웅. 국립발레단 제공
23일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연습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연습실. 남녀 주인공 카타리나와 페트루치오의 결혼식 장면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7·카타리나 역)이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팔자걸음으로 성큼성큼 발레리노 김현웅(34·페트루치오 역)에게 다가가 팔을 찰싹 친다. 분이 덜 풀렸다는 듯 이내 발길질을 마구 해댄다.
결국 심술궂은 표정의 김지영이 한 발을 앞에 내밀고 시쳇말로 ‘일진’ 자세로 주변을 살핀 뒤 망아지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신혼여행 장면에선 말에 올라탄 김지영과 김현웅이 말에 매달린 채 360도 회전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바로 한 달 전, 고전 발레 ‘지젤’ 무대에서 이들이 보여준 우아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 연습에 한창인 국립발레단 단원들. 국립발레단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으로부터 ‘말괄량이 길들이기’ 판권을 아시아 최초로 받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막 리허설을 마친 김지영과 김현웅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보여드린 ‘그랑 파 드 되’(고전발레에서 남녀 주역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 동작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많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사뿐히 내려놓는 리프트 동작만 봐도 확연히 달랐다. 겉보기에는 김현웅이 김지영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바닥에 던지는 것 같다. 김현웅은 “내동댕이치는 것 같지만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게 포인트”라며 “발레리노로 살면서 쇄골에 발레리나를 받치고 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첫날 공연에 서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없는데, 이 작품만큼은 걱정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무용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기도 하고요.”
김지영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여주며 “여기저기 다 까지고 난리”라며 “연습하다 한번은 바닥에 뚝 떨어져 착지하는 데 살짝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게스트 티처이자 트레이너로 한국을 방문한 필리프 바란키에비치는 “주역들은 물론이고 군무 단원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용수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날이 연기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죠.”
바란키에비치와 함께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지켜보던 강수진 예술감독은 특히 카타리나 역의 김지영에게 여러 조언과 주문을 쏟아놓았다. 1997년부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말괄량이’ 카타리나를 연기한 덕분인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것 같았다. 강 단장은 “지영 씨도 그렇고, 함께 카타리나 역을 맡은 이은원 씨와 신승원 씨 모두 이 작품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며 “세 명 다 각기 다른 색깔의 카타리나를 만들어내 서로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29일∼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5만 원, 02-587-618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