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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낡은 저층주거지 철거 않고 ‘맞춤개량’

입력 | 2015-04-28 03:00:00

서울시, 재개발 정책 전환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84만6100m²)은 낙후된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4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 영세한 봉제업체와 저층 노후 주택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 슬럼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뉴타운 지정을 놓고 5, 6년간 주민 간 갈등을 빚어 14개 구역 중 단 한 곳에서만 추진위원회가 구성될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급기야 2013년 6월 주민들 스스로가 뉴타운 해제를 결정했다. 뉴타운 지구 내에서 구역별로 해제 절차를 밟은 적은 있어도 지구 전체가 해제된 것은 창신·숭인 지구가 처음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이 지역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을 정부에 신청했다. 200억 원을 도시재생 사업에 투자하고 기반시설 정비가 시급한 곳은 관련 부서의 협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추진 방향은 △낙후된 주거 환경 개선 △봉제산업 등 상가마을공동체 활성화 △외부인 유치와 지역 특화에 따른 관광자원화 등이다.

서울 전체 면적은 606km². 이 가운데 주거지는 313km²로 아파트와 도로, 공원·뉴타운·재개발 구역을 뺀 나머지 111km²는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창신·숭인 지구처럼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다. 이 지역들에서는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졌다.

서울시가 낡은 주택을 전면 철거해 아파트를 짓는 대신에 창신·숭인 지구처럼 지역 실정에 맞게 고치는 방식으로 주거재생 정책을 바꾸기로 하고 27일 이 같은 내용의 주거재생정책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노후한 저층 개별 주택 개량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주민 스스로가 쉽게 주택을 고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우선 내년부터 주택개량 종합정보 포털 시스템을 통해 집수리 업체의 공사비를 비교하고 전문가와 쉽게 상담할 수 있게 한다. 자치구별로 주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이 쉽게 이용하게 하고 주택개량 전문 업체도 육성한다. 주택을 신축하거나 개량하면 최대 9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연 4%대의 이자로 5년간 나눠 갚을 수 있다. 2%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나머지만 건축주가 내면 된다.

개별 주택 개량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지역은 전면 철거 뒤 재개발이 추진된다. 하지만 주민 동의율과 노후도 등을 감안해 정비사업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정비지수제’를 도입해 판단할 계획이다.

지역 맞춤형 재생을 위해 서울을 108개 주거생활권 단위로 나눠 생활권별로 주거재생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운영되던 정비예정구역과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계획은 주거생활권계획으로 바뀐다. 한 자치구는 3∼5개의 주거생활권으로 구분된다. 주민이 개별 주택을 개량하고 공공은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도 11개 구역에서 31개 구역으로 확대된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앞으로 주거재생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가치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