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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중국어선 불법조업 막을 길 열렸다

입력 | 2015-04-28 03:00:00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단국대 초빙교수

최근 한 국제 사법기관에 의해 전 세계 바다에서 횡행하고 있는 제3국의 불법 조업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견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이달 초 서아프리카 ‘소지역 수산기구(SRFC)’로부터 IUU라고 불리는, 불법 어업을 하는 어선 소속 국가의 의무를 가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권고적 의견’으로 “어선 소속 국가가 ‘적절한 관리 감독’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불법 조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엄청나서 관련 연안국에 미치는 경제적 악영향과 생태계 측면에서의 교란은 매우 심각하다. 서아프리카 해역의 경우 어획량의 38% 이상이 제3국의 불법 조업에 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조업이 해적 행위보다 더 해악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불법 조업 어선 소속 국가의 손해 배상 책임까지 언급하고 있는 해양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과 강제적 관할권을 갖느냐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미 20여 년 전부터 여러 국제기구들이 관련국의 관리 책임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의견도 불법 조업의 책임 소재에 대한 권위적 해석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의견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국제 규범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판시는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와 반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어떻게 중국으로 하여금 ‘권고적 의견’을 집행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불법 어업 문제에 대한 해양법재판소의 관할권을 부정한 바 있어 중국에 대해 재판소 의견을 수용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우리나라는 불법 조업의 명백한 피해국이지만 때때로 다른 나라 해역에서는 위반국으로 의심받고 있어 우리 국적 어선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지도가 요망된다. 셋째, 해양법재판소는 심리 과정에서 관련국 입장을 접수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이는 국익 포기라는 점에서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단국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