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오늘날 접하는 현대미술 중에는 인간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작품들이 종종 있다. 전시장에 가서 힐링을 받을 수도 있지만, 평온한 마음에 충격과 혼란을 느끼고 오는 경우도 많다.
로버트 고버(Robert Gober)의 ‘무제 다리 Un―titled Leg’(1989년 그림)는 미묘한 인간 심리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 조각은 실제 남자의 다리와 똑같이 만들어 전시장 벽에 붙여 설치한 작품이다. 마치 하얀 벽이 남자 다리를 종아리부터 자른 듯, 생뚱맞게 벽에서 뻗어 나온 다리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리얼하다. 면양말과 가죽신발, 왁스로 만든 피부, 체모를 붙여 만든 디테일까지 완벽한 수공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익힌 목공 등으로 작가의 제조 기술은 장인 솜씨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러한 인간 심리를 ‘언캐니(uncanny)’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는 친숙한 것이 낯설게, 혹은 낯선 것이 거꾸로 친숙하게 되는 상태, 즉 오랫동안 잊었던 두려움이나 억압된 공포가 표면으로 올라온 마음의 상태를 지칭한다. 주로 평범한 일상에서 어떤 뒤틀리는 계기로 인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언캐니한 감정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 심리다.
심리 공포영화에 능숙한 감독처럼, 고버는 잠재된 인간 심리를 다루는 고도의 플롯을 발휘한다. 일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그의 조각 설치는 지극히 평범하기에 불안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다리를 모델로 삼고, 또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동성애자라는 작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체험에서 우러난 것이기에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깊은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표면적으로 덮고 있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