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흔히 나이가 들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이마나 볼 등이 꺼지게 마련입니다. 이는 피부 속 콜라겐이 나이가 들수록 줄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름이 더욱 깊게 파여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를 간단하게 없애주는 의료기기가 하나 있습니다. 간단하게 얼굴 주름을 채워주고 꺼진 부위의 볼륨을 살려주는 ‘필러’라는 것인데요. 필러는 피부 기본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주름 있는 부위에 주입해 볼륨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주로 팔자주름, 눈밑 애교살, 코필러, 푹 꺼진 이마나 볼, 입술윤곽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최근 쁘띠성형학회 고익수 회장에게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필러 실습 및 안전 교육을 받았는데요. 필러가 의료기기여서 딱딱한 성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보면 흰색의 수용성 겔처럼 생겼습니다.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른 환자가 20분 정도 누워 있으면 시술이 끝나는 것이어서 성형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겐 이런 시술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필러시술은 간단한 주사 하나로 얼굴 라인을 살리고 회복 기간이 매우 짧아 ‘쁘띠성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필러 초창기인 1980년대엔 소가죽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사용했는데 이물감이 느껴지고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 히알루론산 필러가 등장해 국내 필러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6년엔 칼슘을 사용한 3세대 필러(래디어스)가 등장해 조금씩 사용 중입니다. 필러는 사람의 연골이나 피부, 관절액 등의 성분으로 안전한 편에 속하나 체내 흡수가 빨라 지속성이 6개월∼1년 정도로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세대 필러 주성분은 칼슘과 미네랄로 시술 후 볼륨감이 1년 남짓 지속됩니다.
안전한 필러도 경험이 부족한 의사에게 잘못 시술받으면 피부괴사나 눈 주위 시술 시 심하면 실명의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필러 시술 뒤 일시적인 붉음이나 부종은 정상이지만 24시간 동안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응급 처치를 해야 합니다. 또 주사 주위에 물집 같은 농포가 생겼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고익수 회장은 “필러 괴사는 응급이며 정확하고 빠른 치료와 대처를 하면 흉터도 없이 나을 수 있지만 부적절한 치료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피부 결손과 구축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최근 필러시술의 대중화로 인해 부작용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멀츠코리아 같은 제약사에서는 필러시술 도중 혹은 시술 후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응급키트 및 동영상을 제작해 ‘필러안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니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과다한 볼륨을 위해 지나치게 주입하면 주변 조직에 압력을 발생시키는 등의 갖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필러 전문 병원 선택과 방문 후에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시술 결과를 올바르게 예측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