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지는 대한민국 공기업의 현장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14일 강원 원주혁신도시를 방문해 원주 이전 공공기관 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권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 금융, 교육 등의 구조개혁 과제를 공공부문에서 먼저 이뤄내 이를 토대로 민간부문도 자연스럽게 개혁에 동참하게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구상이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들도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내년부터 정년연장법에 따라 60세 정년제도가 시행되지만 민간에서는 노사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노동구조 개혁 징검다리를 놓으면 이를 본 민간에서 빈틈을 메꿔 튼튼한 다리를 완성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확정하고 공공기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단계 정상화 방안이 방만경영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2단계 방안은 연공서열 방식의 경직적인 인력운영 체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일 잘하는 직원에 대한 보상은 극대화하되 성과가 부진한 직원은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민간기업에서도 노동구조 개혁 기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각 공기업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고 2년 연속 업무 성과가 저조한 직원에 대해 ‘2진 아웃제’를 도입한다. 부장급 이상의 간부라면 적어도 2년 안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316개 기관 중 현재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은 56곳이며 내년부터는 모든 기관이 제도 도입에 동참한다. 정년 연장과 함께 청년층 신규 채용이 감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줄어든 퇴직자 수만큼 비정규직 등을 별도 정원으로 새로 뽑을 계획이다.
스펙을 초월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남동발전, 한국도로공사 등 30개 공공기관은 올해 1분기(1∼3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개편된 공채전형을 진행했다. NCS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국가가 797개 직무로 체계화한 것으로 채용기관은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NCS를 바탕으로 한 입사지원서에는 학점, 외국어 점수, 가족사항 등을 적는 난이 없어 스펙 중심의 채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산업인력공단의 입사지원서에는 학력, 영어 점수 등을 적는 난이 없어졌고 자기소개서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 생활 경험 등 스펙이 아닌 직무 능력만 설명하는 지원서로 바뀌었다.
기관 정상화에 이은 정도 경영
2단계 방안은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확보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정도 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1단계 방안의 주력 과제인 방만 경영 해소는 이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983년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4472억 원)을 냈다. 자산 역시 전년 대비 3조1056억 원 늘어난 46조7720억 원을 나타냈다. 이같은 수치가 빛을 발하는 것은 경비 절감 및 인건비 반납 등 경영효율화 노력을 함께 하면서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며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경영효율화 노력으로 1253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와 동시에 동반성장을 위해 납품 실적이 없는 중소기업에도 입찰 참여 기회를 주고 있다. 일례로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국적선을 발주하며 납품 실적이 없는 중소기업에도 기회를 제공했다. 또 해외사업을 통한 민간기업 해외 진출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스공사가 진출한 해외사업에서 동반 진출한 민간기업 20개사의 누적수주액은 106억 달러(약 11조4480억 원)에 달했으며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플랜트 건설사업은 4380명의 고용 창출에도 기여했다.
국내 발전회사 중 최대 용량이자 한국 전력사용량의 약 11%의 전기를 생산하는 남동발전 역시 지난해 창사(2001년)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3832억 원)을 냈다. 남동발전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17명의 경영진에게 목표와 책임을 부여하는 ‘중점과제 책임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동발전은 지난해 537개 혁신과제를 수행했으며 기업과 현장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정부의 구조개혁에 앞장서고 사회적 책임도 함께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