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서 최고의 왼발잡이 선수를 꼽는 것은 쉽지 않지만 왼발 킥에서만큼은 고종수 수원 코치가 으뜸으로 꼽힌다. 그는 타고난 왼쪽 발목의 힘으로 빨랫줄 같은 슈팅은 물론 롱패스와 큰 각도로 휘는 프리킥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수원의 왼발잡이 염기훈(32)이다. 염기훈은 8경기에서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염기훈은 수원이 올 시즌 K리그에서 뽑아낸 15골 중 10골(66.6%)을 책임졌다. 수원의 리그 2위를 이끌고 있는 그의 ‘황금 왼발’에 대해 서정원 수원 감독은 “K리그에서 염기훈의 왼발은 톱클래스”라고 치켜세웠다. 염기훈은 18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왼발 코너킥으로 도움을 올려 K리그 통산 최다 코너킥 도움 기록(15개)도 세웠다.
올 시즌 염기훈의 왼발이 유독 빛나게 된 데는 고종수 코치의 역할이 컸다. 겨울훈련 때부터 염기훈의 왼발 킥 훈련을 전담한 고 코치는 “염기훈이 왼발 킥의 감각을 타고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루에 1시간씩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 코치는 “슈팅이나 프리킥을 찬다고 하면 오른쪽으로 찰지 왼쪽으로 찰지 망설이지 말고 한 방향을 정한 뒤 그대로 쏘라고 했다”며 “아예 마음속으로 상대 골키퍼에게 ‘내가 이쪽으로 찰 테니 막아보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 있게 차라고 조언했는데 기훈이가 잘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아픔을 딛고 한층 성숙해진 염기훈은 “고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 슈팅과 크로스에 자신감이 생기니 경기가 기다려진다. 경기에 나가면 늘 이길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웃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