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불을 끄기보다 새롭게 불을 지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한 언급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대독을 통해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됐다”고 밝혔다. ‘성완종 사건’의 근본 원인이 부적절한 사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국민이 기대한 것은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친박 핵심 인사들까지 연루된 데 대한 사과였다. 그러나 사과는 ‘유감’ 표명에 그쳤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성 회장에 대한 두 차례의 특별사면 문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는 이미 정치적으로 첨예한 논란거리인 만큼 대통령까지 간여하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정치적 오해를 살 만했다.
사면과 관련한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성완종 사건에 박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자 노무현 정부, 나아가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표는 책임이 없느냐고 대놓고 추궁하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발표를 앞당긴 것이 전날 문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거론하며 “최종 수익자는 박 대통령”이라며 정권의 정통성을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올해는 큰 선거가 없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굵직한 국정과제들을 해결하기에 골든타임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성완종 사건으로 고작 4곳에서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재·보선의 의미가 예상 밖으로 크게 부각되면서 여야 어느 쪽이 이기든 후유증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이래서야 어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여야가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국민의 걱정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