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5월 13일 주식 보호예수기간 만료 이목 집중
다음 달 13일 주식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삼성SDS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매각 여부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11.25%로 28일 종가 기준으로 2조3185억 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당분간 주식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향후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설 때는 삼성SDS 지분이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계열사인 SK C&C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32.92%)인 이 회사를 그룹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하면서부터다. 8월 1일 출범하는 통합법인의 최대주주 역시 최 회장(23.2%)이 된다.
삼성SDS와 SK C&C는 다양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주주인 총수 일가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SI 계열사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승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1985년과 1991년 각각 설립된 삼성SDS와 SK C&C는 1990년대 초반부터 그룹 내 전산 업무와 자산을 통합해 맡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1996∼1999년, 최 회장은 1994년 각각 이 SI업체들의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두 기업은 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04년 1조7704억 원이었던 삼성SDS 매출액은 지난해 4조5748억 원으로 2.6배가 됐다. SK C&C 매출액도 같은 기간 9388억 원에서 1조9741억 원으로 갑절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에서 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은 삼성SDS 73%, SK C&C 40.9%였다. 삼성SDS(지난해 11월)와 SK C&C(2009년 11월)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수조 원대로 급상승했다. ‘총수 지분 확보→계열사들의 도움으로 급성장→상장→총수 자산 확대’라는 공식이 똑같이 적용된 셈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동관 동원 동선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세 형제는 학생 신분이었던 2005년 주당 5000∼5100원에 한화S&C 지분 전량을 증여받았다.
CJ그룹에선 지난해 12월 알짜 유통업체 CJ올리브영과 SI 계열사인 CJ시스템즈를 합병하기 직전 이재현 회장이 장남 선호 씨에게 CJ시스템즈 지분 15.9%(280억 원)를 증여했다. 선호 씨는 통합법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3대 주주(11.30%)가 됐다. 2006년 설립된 GS아이티엠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윤홍 씨를 비롯한 총수 일가 4세 18명이 9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한화S&C 52.6% △CJ올리브네트웍스 69.9% △GS아이티엠 47.6%로 매우 높은 편이다.
대기업들이 총수 지배력 확보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특히 SI 계열사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내부 일감을 몰아 줄 수 있는 명분이 있다. SI 업무는 정보보안이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외부 업체에 맡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 물량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한 SI업체가 가장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 않은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총수 입장에선 초기 지분을 취득할 때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지만 기업 규모가 커진 후 IPO를 했을 때는 지분 가치가 급증한다. 또 승계를 앞둔 후계자들로서는 그룹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SI업체를 소유해 그룹 전반의 업무를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올해 2월부터 적용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대기업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SI 계열사(비상장 계열사는 20%)는 내부거래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삼성SDS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룹의 SI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효율성 증대와 보안성 및 긴급성이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는 조항이 있어 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갑자기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