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정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의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두고 여권에서 나온 반응이다. 내용도 시점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와병(臥病) 메시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은 강경했다. 사과보다는 정치개혁에 분명한 방점을 뒀다. 29일 재·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의견 표명이 있을 것으로 봤으나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 것이다.
○유감 표명 1회, 정치개혁 5회
박 대통령은 곧바로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 반드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해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가겠다” “켜켜이 쌓여온 부패구조를 낱낱이 밝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우리 정치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정치개혁만 다섯 차례 강조했다. 여권 이외에 과거 정권의 부정과 비리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즉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엄격한 ‘사면권 행사’의 자신감
이어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를 끄집어냈다.
박 대통령은 “성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법치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배경엔 자신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사면권을 엄격하게 행사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사면은 예외적으로 국가가 구제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해야 한다”며 “특히 경제인 특사는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마지막 설 특사’를 단행하자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단 한 차례만 생계형 특사를 단행했다. 같은 기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회, 노무현 전 대통령은 3회, 김대중 전 대통령은 4회 특사를 단행했다.
○왜 이 시점에 강경 메시지인가
박 대통령은 사과보다는 정치개혁에 방점을 둠으로써 성완종 게이트로 꺾인 국정동력을 정치개혁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국정동력 회복의 새로운 계기로 삼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