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대형사고 첫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28일 세월호 선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광주고등법원에서 이준석 선장이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세월호 선장(70)에게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형 인명 사고 관련 피고인에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퇴선 명령 없이 혼자 탈출한 뒤 스스로 신분도 밝히지 않았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상 혐의 등만 인정해 징역 36년형을 선고했었다.
지난해 6월 1심 첫 공판 이후 10개월간에 걸쳐 37차례나 진행된 1, 2심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이 선장이 탈출 직전 승객 퇴선 명령을 했는지였다. 항소심 재판부의 살인죄 판단 기준도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항해사에게 승객 퇴선 명령을 지시했는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전후의 정황,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선장의 퇴선 명령 지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선원 14명은 1심 때보다 다소 줄어든 징역 1년 6개월∼12년형이 각각 선고됐다. 유가족들은 “이 선장에게 살인죄가 인정된 건 환영하지만 선원들의 형량이 줄어든 건 아쉽다”고 말했다.
대형 인명 사고에 대해 과거에도 관련자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검찰이 기소한 사례는 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970년 ‘남영호’ 침몰 당시 검찰은 선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