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진 ‘정말 나쁜 투수’…2004∼2014년 삼진율 뒤에서 두번째
범타처리 꼴찌니 선발 18연패는 당연
2015년들어 ‘정말 좋은 투수’…오버핸드에 스리쿼터까지 장착
9이닝당 삼진 10.7개 두 배로 늘어…“허리 사용법 알면서 구위 더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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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진도 못 잡고, 맞혀 잡지도 못하고…
2004년 LG에서 데뷔한 심수창은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668과 3분의 2이닝을 던졌습니다. 이 기간 6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 심수창은 두 번째로 삼진을 못 잡는 투수였습니다. 심수창은 9이닝당 삼진 4.25개를 잡았는데요, 이보다 삼진을 못 잡은 투수는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15개) 한 명뿐이었습니다. 심수창은 노쇠화가 찾아와 ‘맞혀 잡는’ 스타일로 투구 패턴을 바꾼 노장 투수보다 삼진 능력이 더 떨어졌던 겁니다.
삼진도 못 잡고 맞혀 잡는 것도 못한다는 건 당연히 아웃을 못 잡는다는 뜻입니다. 투수는 아웃 카운트를 늘리라고 월급 받는 직업. 오히려 심수창이 프로에서 11년이나 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심수창이 LG와 넥센을 거치면서 선발 18연패를 당한 건 분명 운이 나빠 생긴 일이지만 스스로가 잘 던졌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도 했습니다.
○ 위에서도 던지고, 내려서도 던지고…
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심수창은 28일 현재 9이닝당 삼진을 10.7개나 잡아내고 있습니다. 통산 성적보다 두 배 넘게 삼진 능력이 좋아진 셈입니다. 투구할 때 팔 각도를 달리하며 생긴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심수창은 올 시즌 빠른 공과 포크볼은 주로 예전처럼 오버핸드로 던지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던질 때는 팔을 내려 스리쿼터 형태로 던지기도 합니다.
심수창은 “지난해 연습 때 재미삼아 스리쿼터로 공을 던졌는데 어느 순간 포수 미트에 ‘퍽’ 하고 꽂히는 게 느껴졌다. 스리쿼터로 던지면서 허리 회전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 덕에 오버핸드 투구 때도 구위가 더 좋아졌다”며 “폼이 두 개면 구종도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초반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9일 선발 등판하는 심수창은 “영화 ‘아저씨’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는 대사가 나온다. 항상 그 대사를 생각하면서 매 경기 1이닝씩만 잘 막자고 다짐한다. 앞으로도 그 다짐을 잊지 않고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