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깶연천 DMZ 트레킹 ‘평화누리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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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코스(염하강 철책길) 입구에 비치된 우편함에서 평화누리길 패스포트를 얻어 인증 스탬프를 찍고 길을 나섰다. 길 왼쪽은 강변을 따라 설치된 군 철책선이 우뚝 서 있었다. 아직도 해병대가 경계근무를 서는 이곳은 초소 내 군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걸으니 구한말 격전지인 사적 292호 덕포진이 나타났다.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 함대와, 신미양요 때는 미국 함대와 맞서 싸웠던 전략 요충지다. 포를 쏠 때 사용된 불씨를 보관하고 병사를 지휘하던 파수청 터와 3곳에 나눠 설치된 포대가 복원됐다. 조금 떨어진 작은 언덕 위에는 잘 정비된 묘 하나가 눈길을 끈다. 몽골 침입 때 고려 고종의 파천(피란)을 돕다 억울하게 죽은 뱃사공 손돌의 것이었다. 아직도 음력 10월 20일을 전후해 이곳에서는 손돌을 기리는 제사가 열린다.
부래도까지 3.2km 구간은 나무 그늘이 많고 비교적 평탄해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 나들이에도 제격이다. 유적을 둘러보며 걸으면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진 1코스 14km 전 구간은 대략 4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음료수를 파는 매점 등은 별도로 없어 관광객들이 미리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경기관광공사 김포 담당자 이강대 씨는 “김포 코스는 고려와 구한말 역사의 보고이자 철책선을 통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현장”이라며 “코스가 평이하고 잘 정비돼 평화누리길을 처음 찾는 분들께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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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화누리길 걷기 대회에 참가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경기 파주시 일원의 반구정길을 걷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무엇보다 12개 코스마다 다양한 비경과 유적, 무수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눈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북녘 땅이 다가오고, 철책 너머 은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한강과 임진강은 여행객의 발길을 잡아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