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살인죄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행위는 고층빌딩 화재 현장에서 책임자가 먼저 헬기를 타고 탈출하거나 유일한 야간 당직의사가 병원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며 이 선장이 탈출 전 승객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1심에서 유기치사상 등 죄목으로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던 이 선장의 형량은 무기징역으로 높아졌다.
▷참사가 대형이라도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법률가에 따라서는 ‘1심 판결이 옳다’ ‘항소심 판결이 옳다’ 의견이 갈린다. 1970년 326명이 희생된 남영호 침몰 사고에서 선장이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배가 화물 과적이 심하긴 하지만 선장 스스로 그 배에 탔는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남영호는 당시 세 번의 파도를 맞고 순식간에 배가 뒤집어져 선장이 승객을 구조할 시간이 없었던 반면 세월호는 사고 후 배가 80도 이상 기울기까지 1시간 20분의 시간이 있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