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로봇 이용 첫 수중 발굴 실험 현장을 가다 11개의 첨단장비 탑재 해저로봇… 육상 제어실서 게임하듯 조종 실시간 전송하는 초음파 영상… 탁한 물속 전방 15m 물체도 생생 조운 길 마도해역은 보물창고… 마도4호선 5월 7일부터 본격 발굴
28일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해저로봇 ‘크랩스터 CR200’이 바다로 투입되고 있다(왼쪽 사진). 원격제어실에서는 로봇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바닷속 영상을 보면서 로봇을 움직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첫 수중 발굴 탐사 해저로봇 눈앞에
크랩스터는 게(크랩)와 바닷가재(로브스터)를 합친 이름. 집게발을 포함해 6개의 다리를 갖춘 ‘게’ 모양이었다. 게처럼 옆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가재처럼 앞뒤로 움직인다. 가로, 세로 각 2.4m에 높이가 약 2m로 웬만한 자동차만 하다. 크랩스터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등과 더불어 눈 역할을 하는 음파탐지기와 초음파 카메라, 광학 카메라 등 11개의 첨단 탐지장비가 붙어 있다.
수심 5m의 바닥에 닿자 초음파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제어실 모니터로 실시간 전송됐다. 물살이 거센 이 지역엔 부유물이 많아 광학카메라의 시계는 0에 가까웠지만 초음파 카메라는 전방 15m의 물체도 비교적 생생하게 보여줬다. 정용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해저로봇은 물살이 거세거나 시계가 좋지 않은 바다에서 사람 대신 수중 발굴 탐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어실 한쪽에서는 크랩스터의 자세와 동작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보면서 마치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움직였다. 6개의 다리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울퉁불퉁한 해저지형을 무난히 걸을 수 있었다.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수중로봇연구실장은 “다리를 한꺼번에 움직여 보행 속도를 높이면 최대 초속 0.25m로 이동할 수 있다”며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크랩스터는 다른 실험을 함께 수행하면서 2시간 만에 철제 솥을 찾아냈다.
○ ‘바다의 경주’ 태안 마도 해역
이곳에서 잇달아 발견된 수중 고선박은 문화재의 보고로 통한다. 2007년 인근 대섬 해역에서 발견된 태안선에서 청자향로 등 유물 2만5000여 점이 수습됐는데 이 중 고려시대의 두꺼비모양 청자벼루가 보물로 지정됐다. 2010년 발굴된 마도 2호선에서 나온 유물 259점 중 청자 매병(梅甁) 두 개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첫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 4호선’을 다음 달 7일부터 본격 발굴할 예정이다. 4호선 선체 안팎에서 나온 분청사기와 조선백자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도자기 연구자들을 흥분케 했다.
또 지난달 3차원(3D) 지층탐사 때 우연히 발견된 마도 5호선의 경우 현재 선체를 뒤덮고 있는 진흙을 잠수부들이 삽으로 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은 수심이 10m도 채 안 되지만 지층이 워낙 단단해 잠수부들이 작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까지 청자와 백자의 도자기편 4개가 나왔지만 마도 5호선의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태안=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