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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편하려 목숨을 담보하겠습니까

입력 | 2015-04-30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80>여전한 안전불감증




세월호 참사 1주년인 2015년 4월. 연중기획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취재팀은 한 달 동안 총 21건의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생활 안전을 점검했다.

세월호 학습 효과로 생활 속 안전이 어느 정도 나아졌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실은 ‘세월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과 제도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시민의식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었다.

기대는 4월 첫날부터 무너졌다. 취재팀은 1일부터 이틀간 출근시간에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3대에 올라 승객 150여 명의 안전띠 착용 실태를 관찰했다.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은 고작 5명에 불과했다. 불편해도 안전을 택한 승객은 단 3.3%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환풍구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했지만 환풍구 관리 실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취재팀이 지켜본 15일 서울 덕수궁 앞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환풍구와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앞 환풍구 위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인이 지나갔다. 다른 번화가 환풍구 상황도 동일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사소한 생활 습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대표적인 것이 습관적인 ‘차도 내려서기’다.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영등포역 인근 영중로의 한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수십 명이 앞다퉈 차도로 내려갔다. 승객들이 한 개 차로를 차지한 채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귀찮다는 이유로 가스 안전점검을 거르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길을 걷는 모습이 2015년 4월 현재 우리 사회의 ‘안전 자화상’이다.

사소한 안전 불감증은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횡단보도가 멀어서’라거나 ‘육교로 걷기 힘들어서’ 등 소소한 불편 때문에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1189명 중 무단횡단 사망자가 241명(20.3%)에 이른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가운데 2명이 작은 불편을 피하려다 화를 당한 것이다.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한 해외 언론은 ‘침몰 사고 후 불꽃처럼 타올랐던 (한국의) 안전의식이 곧바로 꺼져 버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 차원의 안전제도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개인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가 안전을 위해 기꺼이 생활 속 불편을 견뎌내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부나 공무원들이 개인의 생활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며 “국민의 안전문화 공감대가 형성돼야 사회 전체의 안전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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