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뮤지컬 ‘팬텀’,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해보니

팬텀 역의 가수 박효신(오른쪽)과 크리스틴 다에 역의 소프라노 임선혜. EMK 제공
○ ‘킬링 넘버’ 경쟁에선 오페라의 유령 승(勝)
뮤지컬 ‘팬텀’은 러닝타임(170분) 내내 30곡이 등장하지만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로 내세울 만한 곡은 없었다. 크리스틴 다에 역의 소프라노 임선혜, 팬텀 역의 박효신, 카를로타 역의 신영숙 등이 뛰어난 가창력을 빛낼 기회가 드물었다.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곡이 일부 있지만 후크송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일부 배경음악은 다른 뮤지컬에서 여러 번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밋밋했다. 같은 원작 소설의 다른 버전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이 ‘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같은 주옥같은 킬링 넘버를 지녔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론 ‘구관이 명관’이었다.
반면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에 비해 스토리텔링 측면에선 친절했다. 주인공 팬텀이 흉측한 얼굴을 가면에 가린 채 왜 유령처럼 극장 지하에서 은둔하며 사는지, 왜 팬텀이 유독 크리스틴 다에의 목소리에 끌려 사랑에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간다. 하지만 웃음을 주기 위해 뜬금없는 말장난이나 일명 ‘잔개그’를 필요 이상으로 남발한 것은 오히려 거슬렸다. 또 일부 연희 장면에선 연출가 로버트 조핸슨의 ‘자기 복제’가 엿보이기도 했다.
○ 신의 한 수인가, 자충수인가
28일 무대에서 마이크를 착용해 전막 공연을 마친 소프라노 임선혜는 뮤지컬 배우들과 달리 가사전달력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고음을 노래할 때는 소프라노 특유의 창법과 목소리가 돋보였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가사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성악 발성의 임선혜의 목소리와 창법은 다른 뮤지컬 배우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혼자 튀는 느낌이었다.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벨라도바는 2막 초반부에 12분가량 등장한다. 김주원은 아름다운 춤을 선보이지만 전체 작품에 녹아들지 못해 극의 흐름과 동떨어진 발레 공연처럼 보였다.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 원. 02-517-633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