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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요구사항 10건중 7건 반영” vs “표현만 바꾼 말장난”

입력 | 2015-04-30 03:00:00

정부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발표에도 갈등 여전




정부가 세월호 사고 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 논란을 일으킨 기획조정실장의 직함을 바꾸고 진상 규명 범위도 명확하게 수정하기로 했다. 또 특조위와 유가족 측의 의견을 반영해 특조위 파견 공무원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특조위는 “정부가 협의를 거부한 채 원안의 표현만 살짝 바꾼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수정안 수용 불가의 뜻을 밝혀 정부와 특조위 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특조위 및 유가족 측의 의견을 일부 반영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특조위 및 유가족 측이 오해하거나 수정을 원하는 부분에서 상당 부분 양보해 특조위의 수정 요구 핵심 쟁점 10건 중 7건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수정안은 30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4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제정된다.

먼저 해수부에서 파견하는 기획조정실장이 진상 규명 업무를 지휘해 정부의 입맛대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기획조정실장의 직함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꿨다. 진상 규명을 ‘기획 조정’하는 것이 아닌 관련 행정을 ‘협의 조정’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고 해수부는 밝혔다. 하지만 진상 규명 등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은 그대로 둬 유가족 측은 ‘말장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진상 규명의 범위도 수정했다. 당초 시행령에는 진상 규명 업무에 대해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표현돼 있었다. 특조위 등은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로 부당하게 축소했다”고 주장해 왔다. 수정안에서는 진상 규명 업무에 대해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원인 규명에 대한 조사’로 분리했다. 특조위 정원은 출범 시 90명으로 하되 시행령 시행 6개월 뒤에는 120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민간인과 파견 공무원 비율은 원안에는 43명 대 42명이었지만 수정안에서는 49명 대 36명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조사1과장에 민간인을 임명하는 문제 △특조위 내 소위원회 위원장의 지휘 문제 △안전사회 건설 범위 등과 관련한 특조위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 상황을 점검하고 국회에 특검을 요청하는 등 진상 규명 업무의 핵심을 맡게 될 조사1과장은 기존 입장대로 정부 파견 공무원이 담당한다. 특조위 등은 “조사의 객관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민간인이 조사1과장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영석 해수부 차관은 “이미 상급자인 진상규명국장을 민간에서 맡기로 돼 있는데 조사1과장도 민간에서 담당하면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특조위의 소위원회가 ‘국’ 단위 부서를 지휘해야 한다는 특조위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미 사무처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원회가 소관 국을 직접 지휘하는 것은 정부조직 원리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안전사회 건설대책 수립의 범위를 세월호 참사가 아닌 전체 안전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특별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 및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해수부 시행령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이 부적절하며 글자 몇 개 바꾸고 강행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주말 철야 행동까지 대통령령 폐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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