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이후에도 사업은 진척 없이 5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세월호의 아픔을 겪고서야 재난망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11년간 서랍 속에 잠자던 사업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추진되는 듯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5월 말 재난망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파수와 망 구축 방식 등에 대한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두 달 만인 7월 말 ‘700메가헤르츠(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자가망(自家網·전용망) 중심의 재난망 구축’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발표했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들의 기존 상용망 활용도를 높여 중복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직진 앞으로”를 외쳤다. 재난망의 시급성을 내세워 예비타당성 조사도 생략했다.
그 영향인지 사업 일정은 연쇄적으로 밀렸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시범사업 공고를 내 이달 중 사업자를 선정하려 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재난망 구축사업 세부추진계획이 지난달 말에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데다 기획재정부까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시범사업을 포함해 총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전체 사업 예산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일리는 있다.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원칙에도 백 번 동의한다.
그렇지만 불과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정부의 모습은 바라보기 불편하다. 그 사이 바뀐 점이라면 ‘재난망’이라는 세 글자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국민적 관심이 클 땐 경제성 분석이나 중복투자 지적을 모두 제쳐둔 채 추진을 서두르다 지금 와서 예산 운운하는 건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기재부가 예산 검토 용역을 맡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원은 지난해 미래부 재난망 TF 소속이었다. 결국 본인이 참여한 계획안에 대해 자가 검증을 시킨 셈이다. “형식적인 절차로 시간만 낭비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미 시범사업은 기간을 대폭 축소하지 않는 한 연내 완료가 힘들게 됐다. 이러다 재난망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시의성’에 유독 민감해하는 모습이지만 국민의 안전에는 ‘시의성’이란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