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무실에서는 혹시 집에 있을까 희망을 가졌는데 집에도 없었다. 둘 다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 주민등록증을 따로 보관해두어서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할 길은 있으므로 일단 느긋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경험에 의하면, 무엇이 감쪽같이 없어졌을 때는 열을 내며 온갖 데를 다 뒤져봤자 성과는 없이 스트레스만 받기 일쑤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신혼 초의 일이다. 퇴근한 남편이 파자마가 없어졌다며 부산을 떨었다. 분명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면서 나중엔 오기로 찾기 시작했다. 마치 형사가 증거물을 찾듯이 옷장 서랍을 차례차례 열고 10cm 간격으로 점검해 나갔다. 그렇게 밤 한 시가 넘도록 집 안을 수색했지만 아침에 벗어놓은 파자마는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양복을 벗는데 아뿔싸, 바지 속에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늦잠 자는 바람에 급하게 서두르다가 파자마 위에 바지를 입고 출근한 거였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그 속담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닷새를 기다려도 소식이 없던 나의 신분증은 아주 간단하게 내게 돌아왔다.
“아, 신분증 드려야지…. 자꾸 잊어버리고 못 드렸네요.”
옆자리 직원이 자기 지갑에서 내 운전면허증을 꺼내는 게 아닌가. 그것이 왜 거기에 들어 있는지 몰라 멀뚱하니 쳐다보는 내게 “지난주에 우체국에서 수입인지 사오라고 하면서 신분증 주셨잖아요”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날 유난히 바쁜 일이 겹쳐 정신없긴 했지만 이렇게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을 수 있다니!
혹시 어떤 일이 내 뜻대로 안 된다 하여 오기로 눈을 부릅뜨고 있다면, 그 원인이 내 안에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업은 아이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