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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멈춰야만 사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닷속 10~20미터를 뛰어들어 생존과 맞서는 여인들이 있다. 하루 7~8시간씩 큰 숨 한 모금 들이마시고, 숨이 끊어질 즈음 ‘호오이’하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여인들이 있다. 매일 숨 하나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여인들. 그렇다. 해녀다.
해녀. 부르기엔 참 낭만적이다. 그러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식들 가르치기 위해, 남편 술값을 위해 생과 사의 사선에서 줄타기를 한다. 조금 더 많이 해산물을 캐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간 곧 죽음이다. 그렇다고 두려움을 안고 생에 매달렸다간 빈손이 되기 십상이다. 그것은 ‘삶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도(道)다. 해녀는 숨 하나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도인이다.
여기 해녀에 천착한 한 여인이 있다. 해녀들이 물질로 도(道)를 향해 간다면, 그녀는 ‘해녀’를 통해 도의 세계로 뚜벅뚜벅 걷고 있다. 고희영 씨. 제주가 고향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영화사 ‘숨비’의 대표다. 젊은 날 수평선이 갑갑해서 무작정 섬, 제주를 탈출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작가로, ‘KBS스페셜’ 등의 PD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긴 ‘물숨’을 쉬고 있다.
진심은 돌도 움직인다고 했던가. 해녀들이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다. ‘입’을 주었고 ‘귀’도 그녀에게 아낌없이 허락했다. 마침내 그녀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 속엔 ‘그림’이 아닌 ‘삶’이 자리 잡았다. 사람 향기도 났고 눈물도 배어나왔다. 그녀 또한 바닷속 해녀가 아닌 해녀 속에서 물질을 하는 ‘뭍의 해녀’가 됐다.
책 ‘해녀의 삶과 숨-물숨(고희영 지음 l 나남 펴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니까 우도 해녀들의 6년간의 ‘숨’을 기록한 취재록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개봉에 앞서 애피타이저로 나온 맛보기인 셈이다. 영화와 활자는 차이가 있을게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머릿속으로 카메라가 돌아간다. 해녀들의 터전과 삶이 ‘날 것’ 그 자체로 보인다.
찡~했다. 읽는 내내 아픔이었고 고통이었다. 해녀가 곧 나였다. 슬픈 욕망을 가진 ‘해남’이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욕심에 포로가 된 인간을 향한 외침이었다. 영화가 나오면 꼭 봐야겠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