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1>대형서점 ‘양심불량’ 고객들
“이런 태도 본받읍시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지정된 자리에서 책을 읽는 모습. 하지만 서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통로에 앉아 책을 읽어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진관이 아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20대 청년이 책을 고른 뒤 10분 동안 수십 페이지를 일일이 스마트폰으로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 소리에 주변에서 책을 보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서점가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서점의 책을 촬영해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책을 사지 않고 필요한 내용만 사진으로 찍어 이용하려는 것이다. 주로 두껍고 가격이 비싼 전공서적이나 각종 자격증시험 관련 서적 등이 이런 ‘도촬’(도둑 촬영의 줄임말)의 대상이 된다.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문화공간이다. 하지만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서점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판매대에 놓인 책에 음료수를 올려놓는 경우가 빈번하게 저지르는 ‘무례함’으로 꼽혔다. 차가운 음료는 컵 표면에 물기가 생기기 때문에 음료를 책 위에 올려놓으면 책이 젖는다. 또 음료를 든 채 젖은 손으로 책을 보다가 책이 함께 젖는 경우도 많다. 최근 A 대형서점에서는 판매대에 올려놓은 책 수십 권이 커피에 젖어 훼손된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서점 관계자는 “고객이 음료를 손에 든 채 판매대에 올려놓은 책을 읽다가 엎지른 것 같다”면서 “책을 훼손해도 먼저 서점에 알려오고 사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전제품 매장에서 고객의 부주의로 상품이 망가졌다면 고객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며 “책도 이와 다르지 않은 ‘상품’”이라고 밝혔다.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볼 때 판매대에서 아무 책이나 골라 깔고 앉는 사람도 문제다. 아예 대여섯 권씩 꺼내 앉기도 한다. 서점 점원이 “구매하지 않는 책은 깔고 앉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해도 “이 책 내가 다 사면 되지 않느냐”며 도리어 큰소리친다. 물론 깔고 앉은 책은 대부분 다시 서가에 꽂히고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로에서 다리를 펴고 앉아 책을 보는 통에 다른 사람이 이동하는 데 불편을 주는 사람도 있다. 또 아이들이 비닐포장을 뜯고 만화책을 봐도 말리지 않는 부모도 많다. 최근 B서점에서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가 서가에 꽂힌 문제집을 꺼내 아이와 함께 풀어본 뒤 몰래 다시 꽂아두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서점 관계자는 “최소한의 서점 에티켓을 지켜야 즐겁게 서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