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기자
올해 초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정책에 대해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평가는 이랬다. 1월 말 국회에 제출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결국 4월 임시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의 의견차가 커 6월 국회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된 ‘뉴스테이’ 정책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임대주택 구상이다. 단순한 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추세에 대응하는 전략이었다. 분양주택 못지않은 양질의 민간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 전세로 쏠린 중산층의 임차 수요를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의 전제가 될 법률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사업은 탄력을 잃어갔다. 지난달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대 월 149만 원으로 임대료가 예상보다 비싼 반면 건설사들에 제공하는 혜택은 과도해 중산층 주거 안정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담긴 법안 검토 보고서를 놓고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회 탓만 하기엔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통해 세탁·청소·이사·육아·가구 등 수준 높은 종합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계획은 정작 법안에서 빠져 기존의 전·월세 주택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법률안이 나온 뒤 3개월 동안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건설사들, 특히 고급 브랜드를 가진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2월 24일∼4월 20일)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7명 중 10.4%만이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대책 발표와 함께 공개한 ‘뉴스테이 1호’도 실망스러웠다. 서울 중구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용지에 공급될 기업형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20∼59m²의 소형으로 구성됐다. 중산층 3, 4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기대했지만, 기존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또는 행복주택과 다를 바 없었다. 임대료 수준도 전용 59m² 기준 보증금 1억 원, 월 100만 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